[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오는 9월 유로6 기준 의무 충족을 앞둔 국내 자동차 시장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우수한 연비 효율로 상승세를 기록하던 수입 차량들의 연비가 줄줄이 하향 조정되며 국산차에게 연비가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유로6 기준 엔진을 적용한 폭스바겐 골프 1.6 TDI와 뉴 푸조 308 1.6은 유로5 기준 모델의 리터당 연비 18.9km와 18.4km를 16.1km, 16.2km로 하향해 에너지관리공단에 등록했다. 기존 모델 대비 각각 15%, 12%씩 낮아진 수치다. 이밖에 BMW의 118d 역시 18.7km에서 17.4km로 7% 가량 하락했다. 한수 아래라고 평가하던
현대차(005380) i30 1.6모델의 17.9km보다 낮은 수치다.
이로 인해 고연비 대표 차종으로 꼽히던 수입 차종들의 평판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특히 i30 는 유로6 모델이 유로5 적용 모델의 연비 16.2km에 비해 상향돼 수입차들이 체면을 구겼다.
수입차 업체는 최근 수년간 국내 시장에서 비교적 경쟁 우위에 있는 디젤 기술력을 바탕으로 디젤 차량의 인기를 주도해왔다. 디젤차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던 엔진소음을 일정부분 해결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을 변화시켰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기준 국내 수입차 시장의 가솔린과 디젤 차량 비중은 3:7을 기록할 만큼 시장 판도를 바꿔 놨다. 같은 기간 베스트셀링 수입차 상위 10대 중 9대 역시 디젤 차량이었다.
이처럼 높은 연비로 디젤 전성시대를 열어온 대표 차량들의 잇따른 연비 하향 조정은 그동안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연비로 속여 등록한 것이 아니냐는 이른바 '뻥 연비' 논란으로 불거졌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의 연비 인증은 업체들이 출시에 앞서 자체적으로 등록하는 방식이라 사전 검증은 어려운 실정이다.
수입차 업체 측은 강력히 부인하고 나섰다. 이번 유로6 적용 모델은 기존 모델과 제원상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하향된 것 뿐, 연비를 조작하진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골프의 경우 공차 중량과 변속기, 최대 출력 등 기존 모델과의 제원상 큰 차이가 없는 데다 최근 출시된 메르스데스-벤츠의 B200 CDI가 엔진 배기량을 기존 1796cc에서 2143cc로 높이면서도 연비를 15.7km에서 16.5km로 끌어올려 뒷맛이 개운치 않은 상황이다.
다만 푸조 관계자는 "뉴 푸조 308 1.6 모델은 기존 모델과 외관부터 엔진, 변속기까지 완전히 다른 모델이기 때문에 연비가 하향됐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 업체들이 디젤 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유럽시장에서 높은 디젤 인기에 축적된 기술력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한 기술 경쟁력 우위였지만 최근 국내차 업체 역시 디젤 라인업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며 "특히 국산차는 가격 경쟁력에 있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국산차의 디젤 분야 경쟁력 역시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위부터)폭스바겐 골프 1.6 TDI, 푸조 뉴 308 1.6, 현대차 i30 1.6(사진=각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