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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2008', 작지만 단단한 푸조의 성장엔진
입력 : 2015-10-01 오후 2:30:51
[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프랑스 국민차' 브랜드로 꼽히는 푸조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입지는 탄탄하지 못했다. 수입차 시장의 85%를 차지하는 유럽 차량 중 독일 브랜드가 70% 가량을 점유하는데다 '수입차=고급차'라는 기존 인식이 합리적인 가격에 효율성을 추구하는 푸조의 국내 성장을 가로막았다. 푸조는 월간 브랜드별 판매량 순위에서 10위 안팎에 머물러 왔다.
 
이런 푸조의 분위기를 전환시킨 차량이 소형 SUV 2008이다. 수입차치고 저렴한 가격대에 '소형 SUV'와 '엔트리급 수입차'라는 트렌드도 잘 맞아떨어졌다. 트렌드에 부합한 상품성은 곧 판매증가로 이어졌다. 올 들어 8월까지 2000대 이상이 팔리며 지난해 같은 기간 푸조 브랜드 전체 판매량을 넘어섰다. 1월부터 8월까지 전체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120% 이상 증가한 4221대를 기록했다.
 
덕분에 푸조는 지난 8월 수입차 판매 순위 5위에 이름을 올리며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국내에서 2008이 푸조의 확실한 성장엔진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푸조의 국내 영업 판도를 바꾼 2008을 직접 시승해봤다.
 
소형 SUV인만큼 외관은 아담하다는 느낌을 준다. 유난히 곡선이 많이 들어간 부드러운 디자인은 상대적으로 SUV 선호도가 낮은 여성 운전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부분이다. 전후방 램프 디자인은 귀여울 정도다. 전면의 플로팅 그릴 양 옆으로 프로젝션 타입의 헤드램프를 더해 완성한 패밀리룩은 푸조 특유의 감성을 잃지 않았다.
 
◇푸조 2008 전방등과 후방등. 앙증맞은 디자인은 여성 운전자들에게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사진=정기종기자)
 
내부는 튀지 않는다. 푸조 자체가 화려함을 지향하는 브랜드가 아닌 만큼 간결한 구성이다. 작은 스티어링 휠과 기본적인 조작 장치들로 구성된 센터페시아 등 한눈에 심플함이 느껴진다. 운전자 눈높이에 맞춰 설계된 헤드업 클러스터나 탁 트인 개방감을 자랑하는 파노라마 글래스 루프, 터치스크린의 새틴 크롬 마감 등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대목이다.
 
◇간결하게 구성된 2008 내부 전경(사진=정기종기자)
 
곳곳에 위치한 수납 공간도 눈에 띈다. 앞 좌석 등받이 두께를 얇게 조정해 뒷 좌석 공간을 넓히고 도어 트레이, 센터 콘솔에 위치한 트레이 및 컵 홀더는 물론 트렁크 측면 그물망을 통해 자질구레한 짐들을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 넓지 않은 실내공간의 한계를 최대한 극복하고자 했던 푸조의 노력이 엿보인다.
 
◇2008의 트렁크 수납공간은 기본 360리터, 최대 1194리터. 양 옆 그물망 수납공간으로 효율성을 높였다.(사진=정기종기자)
 
출발 전 시동을 걸고 기어봉을 잡았는데 멈칫했다. 일반적으로 주행모드를 위해 기어봉이 위치해야할 'D'가 보이지 않는다. 기어봉엔 후진의 R과 중립의 N 그리고 알수없는 'A'만 존재했다. 주행을 위한 기어 위치가 A라는 것을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주차 기어인 P도 보이지 않는다.
 
◇'D'모드가 없는 독특한 기어봉(왼쪽)과 주차브레이크(오른쪽). 익숙해지는데 오래 걸리는 요소는 아니다.(사진=정기종기자)
 
푸조 2008은 기어를 중립에 두고 기어봉 아래 위치한 주차브레이크를 당기는 방식으로 주차한다. 자차라고 가정하면 익숙해지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 부분이다.
 
시동을 걸고 도로로 나왔다. 확실히 힘이 좋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렵다. 1.6 e-HDi 디젤 엔진을 탑재한 2008은 최대 출력 92마력, 최대 토크 23.5kg.m 수준이다. 시원하게 치고 나가는 맛은 부족하다. 자체적인 출력보다는 연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탑재한 수동기반전자제어변속기(MCP) 탓이다.
 
MCP에 대한 호불호는 명확하다. 변속 시 수동 기어를 변속하는 듯한 울컥거림이 그대로 느껴진다. 저속구간에서 속도를 올렸을 때 느껴지는 불편함에 거부감을 느끼는 운전자도 다수 존재한다. 시속 150km 이하에서의 가속도 비교적 더딘 편이다. 분명 답답함을 느낄 수 있을만한 요소다.
 
하지만 MCP 덕분에 2008은 '착한연비', '연비왕' 등의 수식어를 얻을 수 있었다. 소형이지만 SUV 차량에 17.4㎞/l(고속 19.2 ㎞/l , 도심 16.2㎞/l)라는 공인 연비는 분명 매력적인 제원이다. 실제 시승구간 200여km 중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도심구간이 120km 이상이었지만 계기판에 찍힌 연비는 리터당 17.8km였다. 고속구간에서의 주행성능은 저속구간과 다르게 치고 나가는데 문제는 없어보였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복잡한 도심 주행이 주를 이룬 200여km의 시승구간에서도 리터당 18km에 달하는 연비를 구현했다.(사진=정기종기자)
 
푸조 2008은 장단점이 분명한 차량이다. 화려함과 고급스러움을 원하는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안락한 승차감을 최우선으로 꼽는 운전자에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2000만원 후반에서 3000만원 초반대 가격으로 수입차 구매를 희망하는 젊은 운전자와 높은 연비 효율은 물론 교외에서도 타기 충분한 진짜배기 도심형 SUV를 찾는 이라면 충분히 고려해 볼 만 하다.
 
◇(사진=푸조)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정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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