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원화 약세와 폭스바겐 대규모 리콜 사태로 미국 시장서 호재를 맞은 현대기아차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로 현지 최대 경쟁자인 일본업체의 경쟁력 상승이 전망되는 탓이다.
TPP는 총 12개의 아시아·태평양 지역국이 참여한 복수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상품거래와 원산지 규정은 물론 무역 구제조치, 기술 장벽, 지적재산권 등 광범위한 자유무역협정 사안을 포괄한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미·일 FTA'라는 해석이 지배적일 만큼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자동차부품 등 제조업에서 수출 증대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세계 2위 규모의 자동차시장인 미국에서의 경쟁력 제고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TPP가 발효되면 미국으로 수출되는 일본산 자동차부품의 80%의 관세가 철폐된다. 부품가격 경쟁력은 곧 완성차 업체의 비용과 직결되기 때문에 현지 시장 라이벌인 현대기아차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완성차 역시 유예기간 이후 관세가 사라진다.
일본이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아 한미 FTA 체결 선점효과를 누리던 현대기아차의 강점이 사라지는 셈이다. 여기에 한미 FTA에 따라 내년부터 현행 2.5% 관세가 철폐되면서 반등을 노리던 기대치가 한풀 꺾이게 됐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미국 시장에서 지난달까지 총 105만4000여대의 차량을 판매하며 8.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 7위다.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한 수준이지만 일본업체들 역시 만만찮다.
올해 현대기아차와 가장 비슷한 판매량을 보이는 닛산은 지난달까지 112만2000대를 판매하며 5.6%의 증가율을 보였다. 또다른 일본기업인 혼다도 같은기간 2.4% 증가한 118만9000대의 판매를 기록했다.
현지시장 3위의 토요타는 186만7000대로 시장 점유율 14.3%를 기록, 1년새 현대기아차와의 점유율 격차를 5.6%포인트에서 6.2%포인트로 벌렸다. 특히 지난달에는 역대 최다 9월 판매를 달성하기도했다.
이처럼 양국 업체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TPP로 인한 현대기아차의 중장기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담담한 분위기다. 단기적으로 효과가 가시화되지 않는만큼 신차 및 기술개발에 지속적인 투자로 가격이 아닌 브랜드 경쟁력 자체를 점진적으로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발효까지의 유예기간도 남아있어 그 타격이 미미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미 FTA 선점효과가 사라지는 것은 다소 아쉽지만 결과적으로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게 됐을 뿐, 악재로 볼만한 요소는 아니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엔저로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을 당시에도 미국내 점유율이 크게 변하지 않은 것처럼 제품의 가격이 시장 점유율 자체를 좌우하는 수준의 제품과 시장이 아니다"라며 "보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 다소 상쇄된 감은 있지만 특별히 불리하게 작용할 요소는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미국 시장내 주요 경쟁 차종으로 꼽히는 토요타 캠리(왼쪽)와 현대차 쏘나타(오른쪽)(사진=각 사)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