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국내 건설업계의 플랜트 텃밭이 중동에서 북미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유가하락 장기화와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가들의 경기 둔화로 중동 시장은 갈수록 플랜트 수요가 감소하는 반면 미국 등 북미 지역은 셰일가스 생산량을 늘리면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와 해외건설협회는 지난 26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해외건설 환경변화와 새로운 활로모색을 위한 세미나'를 주제로 제14차 국회 해외개발금융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 박인철 삼성물산 차장은 '북미 플랜트(LNG) 시장 진출 전략'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국내 건설은 경기 부진과 해외 수주 정체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인프라 성장성이 큰 북미 건설 시장 진출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차장에 따르면 그동안 국내 건설업계의 수주 텃밭이었던 중동 지역은 최근 지속되고 있는 유가하락으로 인한 성장 둔화로 석유화학플랜트 등 에너지 인프라 유휴시설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오만, 쿠웨이트, 바레인 등 석유 수출 의존도가 높은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의 경우 유가하락으로 국가재정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플랜트 등 프로젝트 발주가 줄면서 올 상반기 국내 건설업계의 중동지역 수주액은 69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47억4000만달러 대비 72% 급감했다.
IMF(국제통화기금), IIF(국제금융연합회) 등이 내놓은 GCC 회원국 주요 경제지표 전망치를 보면 GCC 6개국은 올해 최대 GDP의 21%(약 3000억달러)까지 손실 전망된다. 상대적으로 재정균형유가가 낮은 쿠웨이트를 제외하면 GCC 회원국 대부분이 올해 재정수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균형유가는 산유국의 재정수지가 적자가 나지 않을 수 있는 유가 수준을 의미한다.
반면, 미국은 셰일가스 혁명으로 인해 확보한 에너지 경쟁력을 바탕으로 자국 내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미국 경제 성장을 극대화하려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아울러 셰일가스를 수출하기 위한 대규모 LNG 터미널을 비롯해 노후화된 항만, 도로 등 기존 인프라 교체 수요도 더해지면서 건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국제 원조기관(WBI, JICA, ADB) 통계를 보면 1억달러 이상 인프라·플랜트 프로젝트는 미국 등 북미는 기존 대규모 시장을 유지하고 있으나 중동 지역은 규모가 줄고 있다.
박 차장은 "미국 경기가 활성화되고 LNG 가스 가격이 안정화 된 이후 자국 가스 및 화학산업 보호와 내수증진을 위해 수출 제약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수출 붐이 일고 있는 지금이 북미 시장에 진출할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국내 건설업계의 플랜트 텃밭이 중동에서 북미로 옮겨가고 있다. 사진은 미국 텍사스·루이지애나 지역의 대규모 셰일가스전인 사빈 패스의 LNG 플랜트 전경. 사진/엑손모빌.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