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토마토칼럼)조르지 않아도 처리되게 만들어야
입력 : 2015-11-01 오전 11:08:56
정부·여당이 합심해 노동개혁 5대 법안에 대한 연내 처리를 압박하고 있다. 명분은 내년 예정된 정년 60세 의무화다. 당장 1월 1일부터 개정된 노동관계법들이 시행되지 않으면 노무 관련 소송이 빗발치는 등 극심한 혼란이 빚어질 것이라는 논리다. 정부는 19대 마지막 정기국회인 올 국회에서 노동개혁 법안들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자동 폐기될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또 다른 명분은 참여정부의 실책이다. 여기에는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기존 2년에서 4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기간제법 개정안이 해당한다. IMF 구제금융 이후 비정규직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참여정부는 2006년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면 사실상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내용의 기간제법 등 비정규직 보호 3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이 법은 무기계약 전환 회피 수단으로서 사내하도급(간접고용)을 양산하는 결과를 냈고, 기존 기간·파견제 노동자들보다 더 많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법의 사각지대로 내몰았다. 이 점을 빌미로 정부는 비정규직 사용기간 단축이 오히려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해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주장은 현실과 괴리가 크다. 먼저 기간·파견제법을 비롯한 4개 법안은 정년 연장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그나마 인건비 변화가 뒤따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여야 간 이견이 적어 정부가 굳이 처리를 요청하지 않더라도 정기국회 안에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다수의 노동자가 희망퇴직과 같은 방식으로 정년 전 퇴직해, 정년 연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안일지라도 연내 처리되지 않았을 때 파급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사용기간 연장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보장한다는 근거는 없다. 오히려 사내하도급 허용 업종을 제한하고 상시·지속적 업무에 비정규직 고용을 금지하는 쪽이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에 더 도움이 된다. 단순히 기존 정책과 반대로만 가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경제 활성화 법안들을 놓고도 그랬고, 공무원연금법 협상이 진행될 때에도 그랬다. 정부는 자신들의 법안이 당장 처리되지 않으면 내일 나라가 망할 것처럼 선전한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법안들은 시급성을 다투기엔 본질을 너무 멀리 비껴갔다. 계약·파견제법도 그렇다. 무조건 빨리 처리해달라고 조를 일이 아니다. 조르지 않아도 원만히 처리될 만큼 제대로 된 정책과 법안을 내는 게 먼저다.
 
김지영 정경부 기자
김지영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