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 절반이 2년 안에 비정규직으로 되돌아가거나 직장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사회발정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전문위원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3일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주최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근로형태 다양화와 임금체계개선 방안‘을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권 교수는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자패널조사 결과를 토대로 2010년 2만여명의 비정규직 패널을 선정한 후 3~6개월 단위로 추적조사를 실시해 2012년 10월까지 9차례에 걸쳐 패널자료를 구축했다.
권 교수에 따르면 조사기간 동안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의 비율은 간접고용이 0.4%, 직접고용은 1.2%에 그쳤다.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동일 직장 내 전환 비중이 58.6%였으나,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6.0%에 불과했다. 권 교수는 “간접고용의 경우 비정규직의 직장 내 정규직 전환이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가는 가교보다는 헤어나기 어려운 함정에 가깝다는 평가다. 또 권 교수는 비정규직이 인적자본 축적보단 비용절감을 위한 측면이 강하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실업·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비정규직보다 높은 6.1%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권 교수는 “비정규직에서 바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경우보다 일시적인 실업을 거쳐 새로운 직장에서 정규직으로 취업하는 것이 보다 일반적인 정규직 전환 패턴임을 추정하게 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비교적 높은 고용불안정성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패널 중 1만1381명을 따로 뽑아 2년 6개월간 이들의 노동시장 지위를 시간에 따라 배열한 결과, 정규직 전환 경험이 있는 비정규직 중 28.5%가 6개월 내 다시 비정규직으로 회기하거나 노동시장을 이탈했다. 또 2010년 10월 이전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 중에는 49.6%만 2년 뒤인 2012년 10월까지 정규직 지위를 유지했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위를 유지하지 못 하는 배경에 대해 권 교수는 “비용절감이나 유연성 확보가 비정규직 양산의 중요한 원인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비정규직이라는 낙인에 따른 상흔이 능력과는 무관하게 정규직 전환 혹은 안착을 가로막고 있다고 판단된다”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는 시점에서 상흔효과를 완화할 수 있는 정책적 해법 또한 모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