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자산운용 규제를 완화해 수익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근로복지공단과 한국연금학회는 2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퇴직연금제도 1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연기금 자산운용을 주제로 발표를 맡은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인한 국내 금융시장의 저금리 현상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외투자, 대체투자 확대를 통한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이 인용한 타워스왓슨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연기금들은 주식투자를 축소하면서 대체투자와 사모·해지펀드, 실물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실제 호주와 미국, 일본, 네덜란드, 스위스, 우크라이나, 캐나다 등 7개국의 연기금 주식투자 비중은 2001년 61%에서 지난해 42% 수준까지 하락했다. 대신 대체투자 비중이 5%에서 25%로 20%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은 안전자산 투자에 편중돼 있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적립금의 68.5%를 차지하는 확정급여형(DB) 연금은 적립금의 97.6%가 원리금보장상품에 투자됐다. 이 때문에 확정기여형(DC) 및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실적배당형상품 투자 비중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체 적립금의 원리금보장상품 투자 비율은 91.4%에 달했다.
이는 곧 자산운용의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홍원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원리금보장상품 수익률은 0.69%에 불과했다. 반면 실적배당형상품의 수익률은 DC형이 2.18%, DB형 2.01%, IRP은 2.21%였다.
김 연구위원은 이 같은 상황이 자산운용에 대한 엄격한 규제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DC형과 IPR의 경우 위험자산 투자한도는 40%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주식형·혼합형 펀드에만 투자 가능하며 주식투자는 금지된다. 위험자산 투자한도가 70%인 DB형도 주식(30%), 주식형·혼합형 펀드(40%)에만 투자가 허용된다.
김 연구위원은 “자산운용 규제는 규제완화 추세를 지속하되, 기금형 퇴직연금이 안정화하는 시점에서는 궁극적으로 현행 포지티브(positive) 방식을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퇴직연금 적립금의 2010~2015년 분기별 수익률. 표/자본시장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