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24일 국무회의 발언은 집회에 대한 현 정권의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4일 민중총궐기를 ‘과격시위’, ‘폭력사태’로 규정했고, 추가 집회 예고를 ‘불법집회 준비’, ‘공권력 우롱’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관계부터 잘못됐다.
첫째, 박 대통령은 “이번 폭력사태는 상습적인 불법폭력 시위단체들이 사전에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주도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는데 민중총궐기를 주도한 민주노총과 집회 중 폭력행위를 저지른 쪽 간 관련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따라서 민중총궐기를 주도한 행위를 불법폭력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단정해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둘째, 박 대통령은 “이 같은 불법폭력행위는 대한민국의 법치를 부정하고 정부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말했는데 민중총궐기는 신고된 집회였다. 헌법 제21조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적 권리에 따른 합법집회에서 불법이 행해졌다고 해서 집회 자체를 ‘법치 부정’으로 해석하는 건 지나친 논리 비약이다.
셋째, 박 대통령은 “복면시위는 못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IS도 그렇게 지금 하고 있지 않느냐. 얼굴을 감추고서”라고 말했는데 정부 역시 국정교과서 집필진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신분이 공개된 후 받게 될 불이익을 고려해 얼굴을 숨기는 것을 IS에 비유한다면 정부도 그들과 다르지 않다. IS가 복면을 쓴다는 사실은 복면시위 금지를 주장할 명분이 못 된다.
마지막으로 박 대통령은 “공권력을 무시하고 계속 불법집회를 주도하는 것은 정부로서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는데 아직 열리지 않은 집회를 불법이라 단정할 근거는 없다. 이 같은 발언은 집회에서 불법이 행해질 것을 예단하고 차벽과 살수차를 준비한 경찰의 행태와 다르지 않다. 현 정권은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도 ‘유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한다.
특히 민중총궐기의 주요 목적은 박 대통령의 말처럼 ‘이석기 석방’, ‘통합진보당 부활’ 요구가 아니었다. 주최 측 주장은 일방적 노동개혁 및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였다.
민주국가에서 정부정책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국민의 정당한 권리다. 그리고 대통령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이 의무다. 박 대통령의 섬뜩한 발언은 국민을 화합시키기 보다는 분열시키는 것 같아 안타깝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