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한 해 전세계 1000만명의 인파가 몰리는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성지순례길의 안전 확보에 우리 중소기업이 첨단 터널관리 기술로 힘을 보탠다.
이슬람 성지 메카를 가기 위해서는 어떤 길이든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해마다 1000만여명이 넘는 순례자들이 방문하고, 특히, 성지순례 기간인 하지(4일간)를 전후해서는 3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시에 몰리기 때문에 터널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메카시의 터널은 단순히 시 차원의 관리를 넘어 정부의 중요한 관리시설이다.
따라서 사우디 정부와 메카시는 안전한 터널 관리를 위한 첨단 기술이 절실한 상황이었고, 지난해 국내 기업에게 메카시 내 57개 터널의 운행과 유지보수를 맡겼다. 사우디 자국 기업이 아닌 외국기업으로써 최초였다.
지난달 6일 리트코 소속 근로자들이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시의 터널 조명 교체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리트코.
이처럼 성지의 메카로부터 터널 관리의 전문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은 주인공은 리트코라는 국내 중소기업이다.
도로·터널 종합방재 전문기업인 리트코는 터널 환기, 전력 자동제어, 자동화재탐지 시스템, 도로 터널 입출입구 결방방지 시스템 등 안전설비는 물론 시설물 통합 관리를 위한 운영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도로 시설물 안전시스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터널 230여곳에 환기·전력·조명·화재탐지 제어 시스템을 시공했고, 수백건의 터널 유지보수 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이같은 풍부한 국내 공사 실적을 바탕으로 지난해 5월에는 사우디 메카시의 57개 터널 O&M(운전 및 유지보수)을 수주하기도 했다. 3년간 13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메카시 터널의 노후화된 환풍기, 조명, 화재탐지설비 등을 교체하고 관리하는 작업으로 터널 교체작업이 확대될 경우 300억원 가량으로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하지 기간에는 사우디 국왕이 터널 개·보수 등을 직접 점검할 정도로 관심이 높은 시설물이다.
메카시는 이슬람교 제1의 성지로 외국기업이 진출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종교 특성 등 문화적인 차이가 크기 때문인데 리트코는 그간의 시공실적과 기술력을 인정 받으며 외국기업에서는 최초로 사업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해 리트코가 메카시 터널 사업을 수주했을 때는 현지 언론에서도 관심을 갖고 보도할 만큼 외국기업의 참여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리트코는 현재 150명에 달하는 현지인을 고용하고, 관련 기술을 사우디 공무원들에게 전수해주는 등 신뢰를 쌓고 있다. 이를 통해 다른 분야로도 사업을 확대 한다는 계획이다. 터널 유지 보수 사업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도 전문성을 갖고 있는 기업이 거의 없어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향후 유럽, 중동 등 해외시장 선점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 1일 정종승 리트코 회장(맨왼쪽)과 사우디 메카시의 도로국 소속 도로터널 관리 분야 공무원들이 터널 관리 기법 강의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리트코.
한편, 지난달 29일에는 사우디 메카시의 도로국 소속 도로터널 관리 분야 공무원들이 리트코의 초청으로 서울을 방문했다. 이번 초청 방한은 한국의 터널 방재설비, 안전관리 등 선진적인 터널관리 기법에 대한 강의와 한국도로공사 마성터널 관제센타, 고속도로 교통센터 견학을 통해 관련 노하우를 전수하고 터널 유지 관리 기술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리트코의 해외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정종승 회장은 "이번 교육은 단순하게 수주한 사업에 따른 기술협력보다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적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실질적인 교류를 지속함으로써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기 위한 것"이라며 중동에서의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방한한 사우디 메카시의 도로국 소속 도로터널 관리 분야 공무원들이 리트코의 터널 관리 기법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리트코.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