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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OECD 꼴찌 수준의 노동지표
입력 : 2015-12-08 오전 9:21:24
5대 노동법안의 국회 통과를 둘러싸고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노동계는 정부·여당의 5대 노동법안을 노동악법으로 규정짓고 대규모 집회로 맞섰다. 민주노총은 12월 중순 노동법 통과가 가시화되면 총파업에 돌입할 것을 결의하였다. 정부·여당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박 대통령은 해외 순방을 마치자마자 새누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하여 노동법 조기 통과를 강력하게 요청하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희망과 달리 5대 노동법안의 연내 국회 통과는 쉽지 않아 보인다. 노동계뿐 아니라 야당도 5대 노동법안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야당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는 한 노동법 통과를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동법 개정 공방을 보는 현장 노동자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5대 노동법안 어디에도 열악한 노동 현실을 개선하는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사정 합의가 있었지만, 합의 당사자인 한국노총 위원장이 국회 앞 1인 시위를 할 정도로 정부·여당의 노동법안은 합의정신을 위반하였다. 기간제노동자의 사용기한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직접 생산 공정에 금지되었던 파견노동 허용을 확대한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5대 노동법안은 왜곡된 노동시장 구조를 고착시키고, 비정규직노동자를 양산할 뿐이다. 노동개혁의 목표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비정규직의 고용안정과 차별 완화를 위한 방안이 아니다. 노동시장 개혁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노동시장 개혁 목표를 다시 설정하고 노사정 간 합의가 가능한 내용부터 법·제도와 관행을 바꿔나가야 한다. 노동시장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바꾸어야 하는지 논의해야 한다. 정부·여당의 법안은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를 통 한 기업경쟁력 강화 논리에 매몰되어 있다. 과거 실패한 신자유주의적 경제 패러다임에서 한발도 비껴나 있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 수준의 노동 지표를 평균 수준으로 높이기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해야 한다.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과 산업재해 사망률, 비정규직 남용과 넘쳐나는 간접고용, 10.3%의 낮은 노조조직률은 우리 노동의 자화상이다.
 
절망의 산업현장을 희망의 일터로 바꾸어야 한다. 그 방향은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신바람 나는 일터, 행복한 일터, 공정한 일터’에 있다. 노동시간을 단축하여 ‘저녁 있는 삶’을 보장하고 일자리를 나눠야 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발표한 ‘연장 근로시간 제한의 고용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 노동자가 1년 동안 일한 시간은 총 2285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길다. OECD 회원국 중 연간 노동시간이 2000시간을 넘는 나라는 우리나라 외에 멕시코와 그리스뿐이다. 세계 최장의 장시간 노동은 과로사의 원인이며, 일·가정 양립을 해치고 여가시간 없는 시간 빈곤(Time Poor)을 가져온다.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노동자는 357만명으로, 주 52시간 상한제를 전면 적용하면 약 62만명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안전한 일터는 행복한 노동의 전제이다. 2014년에 9만여명의 노동자가 일을 하다 다쳤고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 수는 1850명에 달한다. 하루에 5.1명이 산재로 사망하는 셈인데, 10만 명당 산재사망률의 경우 한국은 21명이고, 영국은 0.7명이다. 높은 산재 사망률은 산업안전에 대한 국가의 낮은 인식과 관심,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고용주의 태도 그리고 사회적 무관심이 만들어 낸 사회적 병리현상이다.
 
개혁은 현상의 타개 및 개선을 뜻한다. 5대 노동법안이 통과되면 노동자의 삶과 노동인권은 신장되는가. 최저임금이 월급의 상한선인 영세중소기업 노동자의 저임금을 해결할 수 있는가. 아니라면 궤도를 수정하여 다른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노동개혁의 목표는 노동자의 주머니를 든든하게 하고 안정된 일자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이제 OECD 노동지표 꼴찌에서 벗어나 중간이라도 해보자.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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