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프리미엄 전략이 건설업계의 위기 돌파를 위한 새로운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독창적인 내부 설계나 스타 건축가를 기용해 시선을 끌었던 건설사의 차별화 전략이 이제는 고가 브랜드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 유가 하락세로 해외수주가 어려워지면서 내수 경쟁이 더 치열해진 탓이다.
프리미엄 전략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기존 브랜드와의 경쟁으로 서로의 시장 점유율을 갉아먹을 수 있어 '제 살 깎아 먹기'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000720)은 지난 7일 고가의 고급 아파트를 겨냥해 만든 프리미엄 브랜드 'THE H(디 에이치)'가 내년 상반기 분양 예정인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3단지에 처음 적용된다고 밝혔다. 앞으로 현대건설은 3.3㎡당 3500만원 이상 되는 단지에만 THE H 브랜드를 적용할 계획이다.
앞서
대림산업(000210)도 지난 2013년 강남권 단지에 e편한세상 대신 프리미엄 브랜드인 '아크로'를 사용한 바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신설하는 대신 래미안 퍼스티지, 푸르지오 써밋, 캐슬 노블 등 기존 브랜드 확장해 고급 이미지를 추가한 경우도 많다.
이들 프리미엄 브랜드는 주로 소득수준이 높은 강남지역에서 첫 선을 보이는 추세다. 올 하반기 평균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이 넘어가면서 강남권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분양가에 걸 맞는 상품 수준 및 브랜드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지난 6월 서초 삼호가든맨션3차 수주전에 뒤늦게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THE H 브랜드의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수주에 성공했다"며 "아파트 수주과정에 THE H 라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점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높은 분양가로 고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수익성을 강화하려는 건설사들의 니즈에도 충족된다. 국제 유가 하락세가 장기화 되고 내년 분양시장이 올해보다 못할 것이란 인식이 확산되면서 고부가 사업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분양 열기가 식을 경우 자사 브랜드끼리 점유율을 갉아먹는 '카니발리제이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기존 분양자들의 불만 제기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소비자들의 주택 구입 기준에 있어 브랜드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교체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 열기가 뜨거울 경우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한 분양가 상승의 효과가 있지만 반대의 경우 자사 브랜드끼리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며 "기존 브랜드와의 차별점이 부족할 경우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발생할 수 있는 등 건설사가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전략이 건설업계의 위기 돌파를 위한 새로운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분양에 나선 대림산업의 ‘아크로 리버 파크’ 모델하우스를 찾은 방문객들의 모습. 사진/대림산업.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