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모비스 걱정은 하는 게 아니다'란 우스갯소리가 프로농구계를 다시 한 번 달굴 전망이다. 시즌 전 "6강 이상이 목표"라고 했던 울산 모비스의 유재학 감독의 말은 엄살에 가까운 겸손함에 불과했다.
모비스는 지난 9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4라운드에서 인천 전자랜드를 72-63으로 따돌렸다. 이날 승리로 모비스는 올 시즌 28경기 만에 20승(8패) 고지를 넘으며 고양 오리온과 함께 공동 선두를 유지했다. 특히 모비스는 최근 10경기에서 8승2패를 내달리며 중반 이후 한층 탄탄해진 조직력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챔피언결정전 3연속 우승을 달성한 모비스였지만 올 시즌 예상은 어두웠다.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문태영(이상 삼성)이 팀을 떠나면서 공격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장 양동근은 국가대표를 오가며 제대로 된 팀 훈련을 하지 못했다. 일찌감치 뽑아둔 리오 라이온스는 부상으로 5경기 만에 낙마해 지난해 함께 했던 아이라 클라크를 재차 불러들여야 했다.
그러나 유재학 감독이 2004년부터 모비스에 이식한 '시스템 농구'는 견고하다. 어느 선수가 빠져도 팀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조직적인 수비가 특기인 모비스는 여전히 특유의 끈끈함을 자랑하고 있다. 올 시즌 10개 구단 중 평균 최소실점 1위(73.7점)와 평균 득점 3위(80.3점)를 기록하며 매우 경제적인 농구를 하고 있다.
이제 모비스 앞에 놓인 변수는 지난해와 달라진 '외국인 선수 동시 출전'이다. 올 시즌 프로농구연맹(KBL)은 4라운드부터 2~3쿼터에 외국인 선수 2명을 모두 투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이 때문에 단신 선수로 합류한 커스버트 빅터(190cm)와 장신 선수로 데려온 클라크(203cm)의 활용도가 주목받고 있다.
유재학 감독은 둘을 처음으로 동시 투입한 전자랜드전 이후 인터뷰에서 "2~3쿼터에 외국인 선수가 같이 뛰며 고민이 많았다. 함지훈 선수까지 셋의 동선이 뭉치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며 "벤치에 앉아서 승패보다는 이 부분을 많이 생각했다. 모두 나이가 있어 체력이 좋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출전시간을 적절히 분배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울산 모비스 선수단. 사진/KB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