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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러 옥죄는 재규어랜드로버의 이상한 셈법
입력 : 2015-12-27 오후 12:17:33
[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노(No)마진은 커녕 마이너스가 되는 일도 허다해요."
 
재규어랜드로버 국내 딜러사에 근무 중인 영업사원 A씨는 인터뷰 내내 한숨을 쉬었다. A씨의 지난달 급여 명세서에는 '재규어 패널티'라는 명목으로 일정 비율의 인센티브가 삭감된 알 수 없는 항목이 존재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이상한 셈법으로 딜러들을 옥죄고 있다. 올해 국내시장에서 40% 가량의 매출신장을 거둔 이면에는 손해를 감수하며 차량을 판매할 수 밖에 없는 딜러들의 눈물이 존재했다.
 
재규어랜드로버 딜러들의 수당 체계는 약 100만원의 기본급에 차량을 판매했을 때 마진금액의 일정 비율을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랜드로버 차량 1대를 판매했을 때 남는 마진이 10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1대를 판매했을 때 7%에 해당하는 70만원을 인센티브로 수령한다.
 
문제는 치열해진 시장 경쟁에 한국법인에서 제시한 공식 프로모션 외에 딜러사에서 적용하는 자체 할인의 부담을 딜러가 고스란히 안게 된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딜러사 자체 할인이 600만원이라고 하면 마진은 기존 10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떨어진다. 딜러의 인센티브 역시 1000만원의 7%가 아닌 400만원의 7%인 28만원으로 대폭 하락한다. 물론 딜러사 자체 할인가는 딜러들에게 일방 통보되는 형식이다.
 
딜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차량 판매를 위해 선팅과 블랙박스, 하이패스 등의 옵션을 자신의 인센티브로 고객에게 제공한다. 종류에 따라 상이하지만 고급 수입차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해당 옵션들의 가격 합계는 소비자가 70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물론 회사에서 옵션 제공을 딜러에게 강요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치열해진 수입차 시장 경쟁에 딜러에 의한 옵션 제공은 일반화된 지 오래다. 현실적으로 옵션도 제공하지 않으면서 차량을 판매하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어차피 팔아도 손해라고 팔지 않을 수는 없다. 판매 대수에 따라 인센티브 적용률이 달라지기 때문에 손해를 보면서라도 팔아야 겨우 이득을 남길 수 있다. 1대를 팔면 7%의 인센티브를 적용받지만 2대는 10%, 3대면 13%, 최대 23%(7대 이상)까지 인센티브 적용률은 올라가기 때문이다. 
 
딜러사가 한국법인으로부터 차량을 구매해 소비자에게 되파는 구조의 국내 수입차 유통구조에서 낮은 딜러 마진율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연 20만대 시대를 맞이하며 격해지는 경쟁 속에 나날이 악화되는 딜러들의 인센티브와 근무여건은 수차례 지적돼왔다.
 
하지만 재규어랜드로버의 경우 해당 월 랜드로버 차량 판매량과 관계없이 일정기간 재규어 차량을 판매하지 못했을 때 인센티브의 일정 비율을 삭감하는 이른바 '디센티브'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특정 차량을 판매하지 못했다고 해서 패널티를 주는 사례는 국내에 재규어랜드로버가 유일하다.
 
재규어 디센티브 제도는 최근 3달 동안 재규어 차량을 1대도 못 팔았을 경우 딜러 인센티브의 30%를 삭감하는 제도다. 1대를 팔면 20%, 2대를 팔면 10%가 삭감된다. 세달간 3대의 재규어 차량을 판매해야만 10%의 추가 인센티브를 적용 받을 수 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공식 딜러사에 등록된 영업사원은 총 410명. 이들이 재규어 패널티를 받지 않기 위해 3개월에 3대씩 판매하면 1230대라는 판매치가 나온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 시장에서 팔린 재규어 차량은 총 2482대로 월 평균 225대다. 3개월 동안 675대가 판매된 셈이다.
 
해당 기간 실제 팔린 차량의 2배 가량을 판매해야만 디센티브를 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곧 대부분의 재규어랜드로버 딜러들이 재규어 패널티가 적용된 인센티브를 지급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수당 체계는 딜러사들의 고유 권한일 뿐 본사에서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수입차 업계에 10년 이상 종사 중인 한 딜러는 "한국법인의 물량 찍어누르기나 낮은 인센티브야 업계에 만연했고 '적게 팔면 덜 받고 많이 팔면 많이 받는' 영업직의 당연한 시장논리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이런식으로 디센티브를 적용하는 경우는 처음본다"며 "재규어 차량의 월 평균 판매량과 딜러수를 감안했을 때 산술적으로 불가능한 수친데 그럼 인센티브를 깎겠다고 작정하고 나선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백정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가 지난 8월 재규어의 첫 엔트리급 세단 'XE' 출시 행사를 통해 중장기 성장 계획을 발표 중인 모습. 사진/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정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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