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11일 ‘노사정 대타협’ 파탄을 선언했다. 다만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 탈퇴 여부와 구체적인 투쟁방향 결정은 오는 19일로 유예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61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 9·15 대타협 이행 및 노사정위 탈퇴 여부를 안건으로 상정했다.
최두환 한국노총 수석부위원장은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통해 “정부가 노사정 합의와 다른 5대 법안을 추진하고 양대 지침을 강행해 9·15 합의가 파탄 났다”며 “노사정위 탈퇴와 투쟁 방침은 일주일 뒤 김동만 위원장이 전권을 위임받아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의 성의 있는 변화가 없으면 다음주 화요일 오후 4시에 기자회견으로 향후 투쟁 방침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의 이날 결정은 정부의 ‘기간·파견법 개정안 처리 및 양대 지침 추진’ 중단 여부에 따라 노사정위 탈퇴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일종의 조건부 결정 유예다. 특히 ‘합의 파기’가 아닌 ‘합의 파탄’이라는 표현은 노사정 합의가 이미 정부에 의해 파기됐음을 전제로 한다. 결과적으로는 노사정위 복원의 공을 ‘합의 파기의 주체인’ 정부에 넘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한국노총 집행부는 지난주부터 노사정 합의를 파기하고 향후 노사정 대화에 불참키로 방향을 정했다. 하지만 일부 산별연맹에서 지나친 강경기조에 우려를 표하면서 4시간 넘게 격론이 오갔다. 그 결과 집행부는 기존의 방침을 유지하되, 일주일 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한국노총이 다음주 노사정위 탈퇴를 공식적으로 선언한다면 정부의 노동정책도 새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합의 파기 이전에도 기간·파견법 개정안과 취업규칙·통상해고 지침을 둘러싼 갈등으로 노·정 간 대화가 사실상 단절됐던 점을 고려하면 노동개혁 후속조치는 현 상황에서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노사정위에서 촉발된 노·정 갈등이 최저임금위원회와 노동위원회 등 노총이 근로자대표로 참여하는 다른 기구에도 영향을 미칠 경우 장기적으로는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정책 전반에서 차질이 빚어질 공산이 크다.
다만 근로자대표로서 지위를 가질 수 있는 노동조합이 현재로써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뿐이라 노동기구의 근로자대표 공백 사태가 무기한 이어질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 같은 맥락에서 기간·파견법 개정 및 취업규칙·통상해고 지침 작업만 유예되면 예상보다 이른 시일 내에 노·정 관계가 복원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