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구리시청에서 시장의 ‘불법 허가지시’를 거부해 부당한 인사처분을 받았던 공무원들이 3년째 피해를 복구받지 못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시장의 지시에 따라 위법한 이축신청을 허가했던 담당자는 과장(사무관)에서 국장(서기관)으로 승진했다.
감사원이 2014년 1월 안전행정부(현 행정자치부)와 구리시청에 발송한 주의요구서에 따르면 2012년 12월 박영순 전 구리시장은 A씨가 낸 고구려대장간마을 인근 건축물의 이축신청을 허가하라는 지시를 담당 부서에 내렸다. 해당 건축물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안에 위치해 있으며 이축 예정지도 개발제한구역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및 동법 시행령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이라고 해도 공익사업을 목적으로 철거되는 건축물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해진 입지기준에 한해 이축이 허용된다.
하지만 해당 건축물은 공익사업을 목적으로 철거된 것이 아닐뿐더러 철거 시점인 2007년 9월은 관련 규정이 신설된 2011년 9월 전이어서 이축허가 대상이 아니었다. 이에 담당 과장을 비롯한 실무자들은 개정 법률의 소급적용 가능 여부를 국토교통부에 질의하겠다고 보고했으나, 박 전 시장은 이에 응하지 않다가 2013년 3월 담당자 3명을 명령불복종 사유로 직위해제하고 경기도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이후 박 시장은 해당 부서에 다른 공무원들을 앉혀 끝내 이축신청을 허가토록 했다.
담당자들의 직위해제 철회는 해당 이축허가가 위법하다는 국토부와 법제처의 법령해석이 나온 뒤에야 이뤄졌다. 두 차례에 걸친 경기도 인사위원회에서 국토부와 법제처는 법령이 신설되기 전 철거된 건축물에 법령을 소급적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고, 박 시장은 구리시 공무원 노동조합과 면담 후 담당자들의 직위해제를 철회하고 직위해제에 따른 불이익 회복을 약속했다. 특히 감사원은 같은 해 말 구리시청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 2014년 1월 안행부에 위법한 이축허가를 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촉구하고, 박 전 시장의 부당한 지시를 이행한 관련자들에게도 주의를 촉구할 것을 요구했다. 또 이 사건을 검찰에 통보했다.
그러나 2014년 4월 뜻하지 않은 변수가 등장하면서 피해 공무원들의 불이익 회복과 불법 이축허가 취소는 없던 일이 돼버렸다. 대법원 사건정보와 구리시청 관계자 등에 따르면 A씨와 같은 사유로 이축허가를 신청했던 다른 민원인 B씨는 자신은 허가를 받지 못하자 구리시를 상대로 건축불허가처분 취소 청구의 소를 제기했는데, 1심 법원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결과적으로는 A씨가 낸 이축신청에 대한 허가가 적법했다는 것을 법원이 인정해준 셈이 됐다. 이후 검찰 수사는 흐지부지됐고 피해 공무원들은 주민센터와 수도과 등 외각부서를 전전했다.
지난해 말에는 대법원이 ‘A씨의 건축물은 공익사업의 시행에 따라 철거되는 건축물로 볼 수 없다’며 해당 사건의 파기환송을 선고했으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피해 공무원들은 직위해제에 따른 감봉과 특별급여(성과급 등) 미수령, 퇴직수당 감액 등 1인당 수천만원의 금전적 손해를 입었고, 이축신청을 허가했던 과장은 국장으로 승진했다. 또 대법원에서 위법사실이 인정된 이축신청 허가는 현재까지도 취소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박 전 시장이 지난달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형을 확정받으면서 그간의 사태를 책임질 주체도 사라졌다.
다만 구리시청은 A씨의 이축신청 허가 건과 관련한 인사조치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청 감사팀 관계자는 “감사원에서 주의요구가 내려왔다면 주의처분으로 끝난다. 징계의 시효가 지나면 누구든지 진급할 수 있기 때문에 (이축신청을 허가했던 과장의) 승진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며 “직위해제 처분을 받은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밝히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2013년 구리시청에서 시장의 ‘불법 허가지시’를 거부해 부당한 인사처분을 받았던 공무원들이 3년째 피해를 복구받지 못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자료사진).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