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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통)당신이 알던 골프는 잊어라…폭스바겐 '골프 R'
레이싱카 DNA로 완전히 다른 골프로 탄생
입력 : 2016-02-26 오후 2:12:14
폭스바겐의 글로벌 베스트셀러 골프에 거는 일반적인 기대감은 확연하다. 콤팩트한 소형 해치백 디자인이 주는 간결함, 준수한 연비와 독일 브랜드 치고는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한 경제성 등이다.
 
물론 골프가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탑재 가능한 모델이기는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에게 가장 친숙한 파워 트레인은 역시 디젤이다. 특히 2.0 TDI 모델은 지난해에만 6212대가 팔리면서 티구안과 함께 전체 국내 판매를 주도한 대표적 효자 모델이다.
 
비록 지난해 디젤 게이트 파문에 힘을 많이 잃기는 했지만 유럽산 디젤엔진과 귀여우면서도 튀지 않는 디자인을 탑재한 골프는 여전히 수입차에게는 이례적으로 '국민차'라는 별칭까지 안겨줄 정도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혼다의 로고를 보고 현대차로 착각할 만큼 수입차에 대해 관심이 없는 이들도 “골프 정도는 안다”고 말할 정도다.
 
이런 골프가 지난해 9월 국내 시장에 특별한 모델 골프 'R'을 내놨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골프라는 수식어와 함께 말이다. 물론 퍼포스 모델인 GTI와 GTD가 판매돼오긴 했지만 강력한 주행성능과 골프, 좀처럼 연결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가격도 껑충 뛰었다.
 
사진/폭스바겐 코리아
 
골프 R의 역사는 지난 2003년 5세대 골프를 기반으로 탄생한 골프 'R32'에서 출발한다. 골프 R32는 당시 폭스바겐에서 선보인 골프의 모든 라인업 중 가장 강력했던 고성능 모델로 3.2 리터 가솔린 엔진을 장착하고 320 Nm의 최대 토크를 뽑아낸 강력한 성능을 상징하기 위해 R32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처럼 국내에서 2008년 7월 한정 판매를 개시하기도 전에 완판되면서 화제를 모았던 R32를 계승한 '골프 R'은 어떤 모습일지 시승을 통해 확인해봤다.
 
디자인: ★★★☆☆
 
신형 골프 R은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7세대 골프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때문에 폭스바겐 내 모터스포츠용 차량을 제작하고 고성능 모델 개발·성능 향상 디자인을 맡고 있는 '폭스바겐 R GmbH'가 제작했다고 해도 외관에 큰 차이는 없다. 우리에게 친숙한 골프 그 모습 그대로에 소폭의 변화가 이뤄졌다.
 
폭스바겐 골프 R 전면부. 사진/폭스바겐 코리아
 
하지만 변화점을 찾아보자면 나름의 의미 부여가 가능해진다. 앞 범퍼는 골프 R 전용으로 새롭게 디자인 된데다 시승차 외관에 적용된 라피즈 블루 컬러 역시 골프 R만을 위해 개발된 색상이다. 또 대형 공기 흡입구와 라디에이터 그릴에 박힌 'R' 로고도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나타내고 있다.
 
R로고는 라디에이터 그릴 뿐만 아니라 후면 테일 램프 아래에도 새겨져 있다. 4개의 크롬 파이프가 적용된 듀얼 배기 시스템도 외관상 이 차가 만만치 않겠구나 하는 인상을 심어준다.
 
차량 곳곳의 'R' 로고는 이 차가 고성능 모델임을 분명히 나타내주고 있다. 사진/폭스바겐 코리아
 
내부 역시 화려하지 않은 기존 골프와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여타 폭스바겐의 차가 그렇듯 갖출 것만 간결하게 갖춘 느낌이다. 다만 기어봉에 새겨진 '4 Motion' 로고를 통해 4륜구동 임을 분명히 알리고 있는 점과 나파 카본 가죽의 고급 스포츠 시트는 이 차가 우리가 알고있는 골프와는 다르다는 것을 넌지시 일러준다.
 
골프 R 운전석. 사진/폭스바겐 코리아
 
주행성능:  ★★★★☆
 
진가는 도로에서 발휘됐다. 고성능 모델임을 감안해 시작부터 서울시내 도시 고속도로로 진입해 파주로 향하는 자유로에 들어섰다. 평일 낮 시간인 탓에 부담없이 속도를 올려봤다. 내가 알던 그 골프가 맞나 싶을 정도다.
 
기어봉을 드라이브 모드에서 한 번 더 잡아 당겨 스포츠 모드에 위치시키니 묵직한 배기음을 내며 망설임 없이 속도가 붙는다. 콤팩트한 차체에도 불구하고 시속 200km를 넘어선 구간에서도 흔들림 없이 안정된 주행감이다. 제원상 표시된 최고 안전 속도 시속 250km이 허언은 아니었다. 괜히 스포츠카 마니아들 사이에서 후한 평가를 얻고 있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관을 통해 쉽게 알아볼 순 없지만 새로 개발한 스티어링 시스템과 차고를 20mm 낮춰 설정한 스포츠 서스펜션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골프 R에 탑재된 2.0 TSI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은 6단 DSG와 조합을 이뤄 292마력의 최고 출력과 38.7kg.m의 최대토크를 구현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달하는 시간은 5.1초 수준. "혁신적 주행의 재미를 선사하겠다"는 토마스 쿨 폭스바겐 코리아 사장의 자신감이 괜한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행 중인 폭스바겐 골프 R. 사진/폭스바겐 코리아
 
그렇다고 한없이 주행성능에만 치중한 건 아니다. 다중 추돌 브레이크를 비롯해 ▲전후방 주차 센서 ▲파크 파일럿 기능 ▲오토 홀드 ▲피로 경보 시스템 등의 안전·편의 장치가 탑재돼있다. 실생활 속 활용도가 높진 않겠지만 랩타임을 측정할 수 있는 메뉴도 잔재미를 주는 요소다.
 
골프R 랩타임 측정메뉴. 사진/정기종 기자
 
 
연비는 복합 기준 리터당 9.9km 수준이다. 리터당 15km 이상을 주행하는 대표 모델 2.0 TDI와 비교하면 부족하지만 연비효율을 앞세운 디젤 모델과 존재의 목적부터가 다른 퍼포먼스 모델인 점을 감안하면 결코 문제될 것이 없는 수치다.
 
가격 역시 5190만원으로 3000만원대 다른 골프 모델들에 비해 1000만원 이상 비싸지만 주행 시 오른 가격 이상의 값어치는 충분히 해낸다. 메르세데스-벤츠, BMW의 고성능 모델인 AMG와 M시리즈 선택을 위해 지불해야하는 가격대와 비교하면 오히려 합리적인 가격 상승폭으로 퍼포먼스 모델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말 그대로 역사상 가장 강력한 골프라는 이름에 손색이 없는 골프 R이지만 동시에 희대의 비극적 모델이기도 하다. 골프 R의 국내 출시는 지난해 9월 21일.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폭스바겐 디젤 배출 가스 저감 장치 조작 파문이 발생한 직후다.
 
디젤 엔진과 무관한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한 모델이지만 폭스바겐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급추락 한 탓에 처음으로 국내에 출시된 골프 R은 불행히도 제대로 된 된 평가의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물론 골프 R이 폭스바겐의 자신감만큼 훌륭한 주행성능을 검증받는다고 해서 폭스바겐의 브랜드 신뢰도가 하루아침에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골프가 단순히 실용적인 디젤 모델에 그친 차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또는 콤팩트한 사이즈에 레이싱카의 DNA가 입혀진 핫해치를 원하는 이라면 골프 R은 분명히 매력적인 차로 다가올 수 있다. 골프 R, 분명 우리가 알던 골프 그 이상의 차다. 
 
골프 R 주요 제원. 자료/폭스바겐 코리아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정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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