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태극마크를 꿈꾸는 케냐 출신의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8·청양군청)가 국내 개최 마라톤 최고 기록을 세우며 '경기력 논란'을 잠재웠다.
에루페는 20일 열린 서울국제마라톤에서 광화문을 출발해 잠실종합운동장으로 돌아오는 42.195km 풀코스를 2시간 5분 13초로 완주해 우승했다.
이로써 에루페는 2012년 이 대회에서 우승할 당시 기록인 2시간 5분 37초보다 24초를 단축하며 국내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 중 가장 빠른 기록을 달성했다. 에루페 개인적으로는 이 대회 2연속 우승이자 3번째 우승을 차지하는 동시에 지난 2011년 10월 경주국제마라톤 대회 우승 이후 국내 대회 6번째 우승을 맛봤다.
에루페는 침체된 국내 마라톤에서 잇따라 성과를 쌓아나가면서 꾸준히 귀화 의사를 밝혀 주목받는 선수다.
이와 관련해 대한체육회는 지난 1월 법제상벌위원회를 열고 에루페의 특별귀화 신청건을 심의했다. 하지만 에루페가 지난 2013년 국제육상연맹(IAAF)으로부터 도핑 혐의로 2년 자격 정지를 받은 것을 고려해 추가적인 심사가 필요하다며 결정을 보류한 상태다.
에루페는 "당시 말라리아 치료 목적으로 쓴 약물 때문에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해명했다.
에루페의 에이전트인 오창석 백석대 교수는 "도핑과 국제 경쟁력이 귀화에 걸림돌로 꼽히고 있다. 우승으로 경기력은 재차 증명했으니 도핑 문제는 병원 의사 소견서와 문서로 증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에루페는 지난해 6월 충남 청양군체육회에 입단해 태극마크를 달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한국을 위해 달린다'는 의미를 더해 '오주한'이라는 이름을 짓고 오는 8월 열리는 리우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뛰고 있다.
대한체육회 법제상벌위원회의 심의에서 에루페의 귀화 안건이 통과될 경우 법무부 국적심사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그의 특별 귀화 여부가 결정된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특별 귀화를 신청한 케냐 출신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가 지난 1월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제21차 법제상벌위원회에 참석해 대한민국 귀화의 뜻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