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유럽파들의 축구대표팀 선발을 두고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의 갈등이 계속될 전망이다. 취임 초기부터 "어디에서 뛰든 선수라면 꾸준히 경기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는데 최근 손흥민(24·토트넘)과 기성용(27·스완지시티)을 비롯해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의 출장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득점포를 가동 중인 구자철(27·아우크스부르크)을 제외하면 유럽파 중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를 찾기 힘들다. 특히 이청용(28·크리스탈팰리스), 박주호(29·도르트문트), 김진수(24·호펜하임) 등은 거의 주전 경쟁에서 밀려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표팀은 오는 24일 경기도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레바논전을 앞두고 있다. 27일에는 태국과의 원정 평가전으로 발을 맞춘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4일 이 경기에 나설 대표팀 명단 23명을 발표하며 "소속팀에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이지만 지난해 성적을 고려했다. 이들 덕분에 지난해 우리가 A매치에서 16승을 거둘 수 있었으며 여전히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비롯해 석현준(25·FC포르투)과 홍정호(27·아우크스부르크) 등 주로 교체 선수로 뛰고 있는 이들까지 모두 불러 모았다. 23명 중 20명이 유럽을 비롯한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로 채워졌다. 지난 20일 훈련 도중 다친 지동원(25·아우크스부르크)을 제외하고는 전부 눈앞에서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슈틸리케 감독의 이런 운영은 효과를 봤다. 지난해 10월 자메이카와 평가전에서 당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던 지동원을 발탁해 그의 경기감각을 끌어 올린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날 지동원은 1골을 터뜨린 동시에 대표팀이 3-0 승리를 거두는 데 나온 골에 모두 관여했다. 개인적으로는 2011년 9월2일 레바논전 이후 약 4년 만에 A매치 득점을 신고하기도 했다. 이어 11월에 열린 라오스전에서도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과 이청용을 내보내 대승을 거두며 그들의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A매치 출전이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대표팀에서의 활약이 결국은 소속팀에서의 주전 확보로 이어져야 함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축구계에서는 오는 9월부터 시작될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유럽파의 활약이 필수인데 슈틸리케 감각이 이들의 경기 감각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대표팀이 약체와 경기를 많이 치뤄 승승장구 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강팀과의 경기에서 총력을 기울이려 한다는 분석이다. 대표팀은 오는 6월1일에 스페인과 원정 평가전을 앞두고 있으며 6월5일에는 체코와 맞붙을 계획이다. 지난해의 안정적인 전력을 보였던 대표팀의 진정한 시험대가 이때쯤 펼쳐질 것이란 예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 또한 "스페인전은 대표팀 최고 전력을 꾸려 제대로 평가를 받고 싶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9일 수원종합운동장을 찾아 수원FC와 성남FC의 경기를 관전했으며 하루 뒤인 20일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FC서울과 상주상무의 경기를 지켜봤다. 지난해 무명이던 이정협(25·울산현대)을 발탁한 것처럼 K리그에서의 옥석 가리기 또한 진행형인 것으로 풀이된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지난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선발 관련 기자회견에서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오는 24일 경기도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8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 레바논과의 경기에 나설 선수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