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한국 축구의 '레전드'로 불리는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이 20세 이하 월드컵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으며 축구 행정가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차 부위원장은 지난 18일 서울시 용산구 트윈시티 남산타워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직위원회 현판식에 참석했다. 이날 차 부위원장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함께 내년 5월 국내에서 열리는 FIFA U-20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다짐했다.
그간 축구계의 크고 작은 일이 있을 때마다 일각에서는 차범근 부위원장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해설위원이나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과거 독일에서의 경험을 살려 더 비중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팬들 역시 한국 축구인 중 가장 세계적으로 유명한 차 부위원장이 축구계 중심부에서 일하지 않는 것을 의아해했다.
이에 차범근 부위원장은 "그동안 정몽규 회장께서 여러 번 함께하자는 요청을 했지만 나름대로 가졌던 생각이 있어서 거절해왔다. 하지만 차범근 축구교실도 도와주시고 여러 면에서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도 했다"며 "정 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제 미력한 힘이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한국 축구를 위해서 유익한 일이라고 생각해 수락하게 됐다"고 밝혔다.
차 부위원장의 뜻이 유소년 축구에 맞춰진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차범근 축구교실의 탄생은 선수 시절부터 구상된 계획이었으며 그 때문에 행정가의 역할보다는 현장에서 해야 할 일이 있었다는 게 그간의 생각이다. 다만 이번 부위원장직 활동은 '유소년 축구'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는 일이 아니기에 수락한 것으로 보인다.
차범근 부위원장은 "38젼 전 일본 어린이들이 축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장래에는 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선수생활을 마무리한 후 아이들을 키우는 역할을 하겠다고 생각했다"면서 "국내에서 이런 큰 대회가 열리는 것은 축복이다. 어린 선수들에게 아주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10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FIFA 주관 대회며 차범근 부위원장은 비상근 임원으로 활동한다.
한편 차범근 부위원장은 1978-1979시즌부터 1988-1989시즌까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372경기에 출전해 121골을 기록했다. 두 번의 유럽축구연맹(UEFA)컵을 들어 올리면서도 태극마크를 달고 135경기에 출전해 58골을 한국 선수 최다 A매치 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독일에서 활약했을 당시의 별명인 '차붐'으로 통하며 최근 국제 축구 역사·통계 연맹이 선정한 '20세기 아시아의 선수'에 들어가기도 했다. 월드 사커지에서 선정하는 '잊을 수 없는 100대 스타'와 '20세기 축구에 영향을 미친 100인'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트윈시티 남산타워에서 열린 '2017 FIFA U-20 월드컵조직위원회 현판식'에서 차범근(왼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이 정몽규(오른쪽 두번째)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