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6월 회의가 임박했지만 시장의 기대감은 낮다. 이미 OPEC 회원국들이 이번 회의에서 감산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하며 OPEC 회원국들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부담감 역시 줄었다. 이렇듯 이미 시장의 기대가 낮은 가운데 이번 회의가 유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와 관련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전문가들 "생산량 동결·감축 가능성 거의 없어"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이커스필드의
컨 리버 유전지대의 모습. 사진/뉴시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오는 6월2일 비엔나에서 열릴 OPEC 회의에서 회원국들이 생산량 동결이나 감산 등 의미 있는 합의에 이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은 OPEC 관계자를 인용해 원유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만큼, 회원국들이 생산량과 관련해 공동 조치를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마켓워치 역시 감산 가능성이 작다고 전했다. 마켓워치와 인터뷰한 애리엘 코헨 글로벌에너지센터 이사는 “현재 OPEC과 비회원국 간에는 먼저 감산에 나서는 곳이 손실을 보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반등하면서, OPEC 회원국들이 감산에 나서야 한다는 필요성도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여전히 산유국 간 시장 점유율 경쟁이 제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50달러선을 앞두고 있다. 이는 올해 연초 최저가 대비해서는 80%오른 상황이다.
캐나다의 산불 리비아 및 서아프리카에서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이유로 공급차질 우려가 제기되면서 유가가 상승하고 있다.
톰 퓨 캐피탈이코노믹스 상품 이코노미스트는 “OPEC 회원국들은 12월보다 더 가벼운 마음으로 회의에 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유가가 올해 초 대비 가파르게 오르면서 OPEC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부담이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WSJ은 OPEC 회원국들이 그동안 유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산유량을 고수하는 정책을 펼쳤던 것이 결국 성공적이었다고 느낄 가능성도 크다고 전했다.
사우디 신입 석유장관 및 OPEC 신임 사무총장 임명에도 관심
이미 감산 가능성이 낮은 가운데 이번 회의에서 더 큰 관심은 새롭게 부인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칼리드 알팔리 신임 석유장관에 쏠릴 예정이다.
알팔리 장관은 이달 초 사우디 정부가 개각을 단행하면서 알리 아브라힘 알나이미 석유장관이 물러나며 새롭게 부임했다.
OPEC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한 만큼 알팔리 장관이 어떠한 입장을 나타낼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WSJ은 알팔리 장관이 기존 알나이미 장관과 마찬가지로 감산과 관련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기존 알나이미 장관과 다르게 알팔리 장관은 사우디의 경제개혁에 치중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만큼, 정책과 관련해서도 유연성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뿐 아니라 OPEC의 신임 사무총장 임명이 나올지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압달라 살렘 엘 바드리 OPEC 사무총장의 6년간의 임기는 원래 2012년에 끝나야 했지만, 최근 OPEC에 갈등이 많아지면서 신임 총장 선임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OPEC 사무총장은 큰 힘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회원국들의 이견을 조정하고 주재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나이지리아와 베네수엘라가 차기 사무총장 후보를 지원했고 인도네시아 역시 후보 등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SJ은 "늘 의견 합의에 실패하는 OPEC이 신임 총장을 선출해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유가 향후 전망 관련 전문가들 의견 엇갈려
국제유가의 전망과 관련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다수의 전문가는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20달러까지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반등이 어느 정도 이어질지와 관련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술탄 알 만수리 경제부 장관은 이날 경제 콘퍼런스에서 "올여름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현재 수준에서 20% 정도 추가 상승 여력을 본 것이다.
이뿐 아니라 스탠다드차타드 역시 올해 WTI와 브렌트유가 모두 6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공급이 줄어드는 가운데, 메모리얼데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미국의 드라이빙시즌이 다가오는 것 역시 기대감을 키운다.
그러나 신중론자들은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캐나다 산불과 나이지리아 테러, 리비아 내전 등의 요인에 따른 생산 차질 우려감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했지만,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선을 돌파하게 된다면, 그동안 프로젝트 등을 미뤘던 전 세계 원유 회사들이 다시 개발에 나서면서 공급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감도 있다.
아울러 이번 회의에서 OPEC 국가들이 오히려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발표하는 등의 변수도 예상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유가 전문 홈페이지인 오일프라이스닷컴은 "국제유가는 언제 또다시 40달러 이하로 떨어질지 모른다"라면서 "현재 매우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