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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업들도 비웃는 ‘종이 호랑이’, 어떻게 살리나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시급
입력 : 2016-06-07 오후 2:00:00
[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증권집단소송 제도에 활력을 넣기 위한 우선적 대책으로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꼽는 것은 법 개정을 통한 한국판 디스커버리(증거개시)제도의 확립이다. 증거개시제도는 재판 초기에 법원이 나서 원고와 피고가 가진 증거를 확보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제도다. 재판연구원 출신의 한 대법원 관계자는 “민법상 압수수색 제도”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가장 활성화 돼 있고 영국도 미국보다는 다소 약하지만 실질적으로 기능하고 있다. 
 
디스커버리제도가 확립되면 증권집단소송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음은 물론 중재나 조정으로 사건을 조기에 종결시켜 소송경제적으로도 이점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미국에서는 소송허가결정이 나오면 패소한 피고는 항고보다 화해를 시도하는 게 일반적이다. 전문가들은 디스커버리제도 도입으로 법적 약자인 소액투자자들이 구제받을 확률도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안판결을 받기 위해 법원으로부터 받는 허가 절차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와 함께 허가결정신청 1심과 항고, 재항고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법관들이 증권집단소송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변호사들의 증권관련 집단소송 수임제한 완화도 활성화 방안으로 제시된다. 법이 '3년간 3건'으로 수임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집단소송의 남용을 방지하고 변호사나 로펌들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소송을 부추기는 것을 막는다는 취지지만 지난해까지 제소된 증권집단소송 총 건수가 9건에 불과한 점을 감안해보면 지나친 제한이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문제점 때문에 국회에서도 증권집단소송 대리인 자격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이 추진되기도 했다. 19대 국회 때 발의된 증권관련집단소송법 개정안 2건에는 증권집단소송 활성화를 위해 '1년 3건'으로 소송대리인 자격조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자격요건 완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법사위는 "미국 증권소송개혁법의 유사 조항은 기준을 '3년간 5건'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3년간 3건'을 기준으로 정하고 있는 현행법은 다소 지나치다"며 "'3년'이라는 기준은 유지하되 '3건'의 기준을 미국처럼 5건 또는 그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이들 법안은 전체회의까지 상정됐지만 끝내 의결되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최정식 숭실대 교수는 '증권집단소송제도의 활성화를 위한 제언'이라는 논문에서 "변호사가 특정 유형의 소송을 반복 대리했다고 비윤리적이라거나 부당하다고 할 수 없고 소송대리인 선임기회 제한은 외국에서도 사례가 없다"며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함께 "집단소송이 활성화 되려면 소송비용 부담이 줄어야 한다"며 "소송기금회사 설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오스트리아에서 활용하고 있는 방안으로, 최 교수는 "소송기금을 제공하는 회사를 허용하면 비용 때문에 소송을 포기하는 다수의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증권집단소송을 대리하는 변호사 보수에 대한 지나친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법에는 집단소송 허가신청서에 변호사 보수에 관한 약정이 반드시 기재돼야 하고, 승소한 뒤 배상금을 분배받을 때 원고인 집단 구성원이 감액신청을 하면 법원이 변호사 보수를 감액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소송에 예상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갔어도 변호사 보수 증액을 신청할 수는 없다. 서초동의 한 증권전문 변호사는 "증권집단소송의 원래 취지가 공익성이라는 것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노력 대비 성과가 부족할 것이 뻔한 사건을 반길 로펌이나 변호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증권집단소송 대상을 비상장법인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활성화 대책으로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기준 의원 등 10명은 지난해 1월 발의한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 "'동양사태'와 같이 형식적으로 비상장법인을 내세워 기업 어음 또는 채권을 발행하는 방법으로 대규모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에는 법 적용을 회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며 "법 적용 대상 범위를 비상장법인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내용 역시 전체회의까지 상정됐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동양사태 피해자들이 2014년 6월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앞에서 집단소송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이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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