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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미래를 내다보는 통찰 '명견만리'
KBS '명견만리' 제작진 지음|인플루엔셜 펴냄
입력 : 2016-06-12 오전 10:08:27
세상의 변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변화의 진폭 또한 커지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앞을 내다보는 통찰과 안목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해지고 있다.
 
'인구 쇼크', '소비의 미래', '인공지능' 등 사회를 관통하는 트렌드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 KBS 방송프로그램 '명견만리'가 책에 담겨 나왔다. 방송 내용 중 인구, 경제, 북한, 의료에 해당하는 내용들을 엮어냈다.
 
이 책은 우리 눈앞에 닥친 절박한 이슈들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쉽게 그려지지 않는 거대담론을 논하면서도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며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본토로 돌리는 '리쇼어링' 현상, 매장에 운동화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쇼윈도를 설치한 뉴발란스 사례 등을 통해 일자리의 가치를 중시하기 시작한 자본주의의 변화를 짚어보는 식이다.
 
또 단순한 불황이 아니라 경제의 빙하기가 닥치고 있는 뉴노멀 상황에서 성장을 위한 해법은 경제가 아니라 정치에 있다고 진단한다. 성장에서 성숙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1등 밀어주기가 아닌 상생의 길을 찾아 사회 시스템과 구조를 바꿔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고 타협하며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다만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문제는 각자가 하고 싶은 일에서 제2의 직업을 찾아야 한다고 결론지으며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북·중·러 접경지역의 경제성장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남북관계의 정치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뻔한 결론을 내놓으며 통찰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전문성 : 인구, 경제, 북한, 의료 등에서 나타나는 움직임을 통해 사회 트렌드의 변화라는 거대 담론을 읽어내는 책으로 이슈 하나하나를 깊게 짚어내기 보다는 큰 흐름을 그려주고 있다.
 
▶대중성 :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 스웨덴 등 다양한 국가의 사례를 들며 자칫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들을 쉽고 생생하게 전한다.
 
▶참신성 : '명견만리' 방송을 보지 못한 독자라면 사회의 큰 변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취재노트'를 통해 방송에 담기지 못한 이야기도 읽을 수 있다.
 
요약
 
1. 인구
 
향후 5년동안 70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일어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붐 세대는 가장 부유한 집단이지만 대부분의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 있어 은퇴 이후 경제적인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해 자산가치가 오른다고 하더라도 이는 자녀세대의 빚으로 이어져 사회의 생산력과 소비력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 투자보다는 개인이 좋아하는 일을 바탕으로 제2의 직업을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저출산 현상이 이어진다면 오는 2100년 한국 인구는 현재의 절반으로 줄어들고, 2500년에는 인구가 33만명으로 줄어들어 장기적으로는 국가가 소멸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청년인구가 늘지 않는다면 우리도 일본 같은 인구공동화 현상을 겪을 수 있다. 부양의 의무와 복지 혜택이 충돌하며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고 장수에 대한 우려로 노인들이 지갑을 닫으며 소비침체가 일어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소비를 하지 않는 젊은 층인 '사토리 세대'가 문제가 되고 있으며, 이탈리아에서는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나라를 떠나고 있다. 하지만 독일은 1970년대부터 청년에 투자하며 경제위기 속에서도 강국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한국도 경제적 자원을 어느 세대에게 먼저 줄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2. 경제
 
기업이 성장해도 고용이 늘지 않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로봇이 보급되면서 기존 일자리도 빠르게 소멸되고 있다. 대기업 위주인 현재의 경제구조는 돈을 벌면 대부분의 몫이 노동자가 아닌 주주에게 돌아가도록 설계돼 있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가 일자리와 임금을 늘리지 못한다면 경제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
 
저가 정책을 최우선가치로 삼았던 월마트는 지난 2013년부터 '미국을 삽니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가격경쟁 때문에 해외로 밀려난 공장들을 다시 미국으로 불러들이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이다. 뉴발란스의 뉴욕 매장에는 직원이 직접 신발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쇼윈도가 있다. 운동화의 가격 속에 한 사람의 노동이 들어 있고 한 사람의 일자리가 달려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자본주의가 경쟁에서 공존으로 스스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무조건 싼 제품을 찾는 것이 아니라 조금 비싸더라도 가치 있는 소비를 하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단순히 불황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새로운 소비트렌드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불황의 뉴노멀 시대에는 '갈등 관리'를 통해 경제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 성장에서 성숙으로 사회적 시스템과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3. 북한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맞닿아있는 접경지대가 '기회의 삼각지대'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 나선, 중국 훈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접경지대로 이곳은 현재 3국 교역의 중심지다.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구축하겠다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의 시작점이자 부동항에 대한 러시아의 필요가 맞닿은 곳이기도 하다. 한국도 기회의 삼각지대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자생적인 장마당이 확대되고 있다. 탈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5%가 장마당에서 물건을 사고 판 경험이 있었다. 장마당에서 부를 쌓은 '돈주'가 등장하는가 하면 주택도 주거용이 아니라 부동산으로 거래되고 있다. 북한에 시장경제 체제를 싹틔우고 있는 신인류의 변화에 중국이 아닌 남한이 함께 해야 한다.
 
4. 의료
 
1990년에는 30억원의 비용과 15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던 게놈지도 분석은 이제 단 100만원으로 24시간안에 가능해졌다. 개인의 유전자 분석이 활성화 된다면 질병 예방에 획기적인 변화가 찾아올 전망이다. 이는 보험, 의료, 제약, 실버 산업에도 연쇄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현재 전 세계 치매 인구는 3초에 한명씩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210조원이었던 치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204078조원으로 커지며 국가 예산의 6분의1을 차지할 전망이다. 치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버려야 한다. 발병 사실을 커밍아웃 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조기 치료와 공동의 대응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책 속 밑줄 긋기
 
정치가 바로 서지 않으면 어떠한 좋은 경제정책도, 사회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그러니 저성장 시대를 해결하는 돌파구도 결국 정치에 달려있다.
 
별점 ★★★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원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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