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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인사이트)글로벌 브랜드로 비상 꿈꾸는 '폭스콘'
샤프·노키아의 피처폰 품고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적 브랜드'로
입력 : 2016-06-13 오후 12:00:00
최근 대만 제조업체들이 앞 다퉈 일본의 전자기업을 사들이고 있다. 지난 3월말 중국의 백색가전 제조업체인 미디어그룹은 일본 도시바의 백색가전 부문 자회사인 도시바라이프스타일의 지분 80.1%를 인수했다. 레노버는 일본의 NEC가 참여하는 PC사업 조인트벤처의 지분 51%에 투자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전사업부를 가져간 하이얼은 최근 일본 산요의 세탁기와 냉장고 유닛도 품었다. 이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홍하이정밀공업, 일명 폭스콘이다. 적자에 허덕이는 일본의 대표 기업인 샤프전자를 인수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가 과거 노키아로부터 사들인 피처폰 사업부를 가져오면서 '세계의 공장'에서 벗어나 '세계적 브랜드'로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폭스콘은 스마트폰 최강자인 애플의 아이폰 생산기지이자 세계 최대 전자제품 주문자상표부착업체(OEM)다. 일본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그런 폭스콘의 궈타이밍 회장은 얼마 전까지도 "최근 잠 못 이루는 밤이 많다"고 한탄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폭스콘은 애플이나 소니 등 글로벌 전자제품 업체로부터 대량 주문을 받아 낮은 단가로 생산해 회사를 키워왔다. 하지만 최근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이 감소하고 중국 내 노동자 인건비가 늘어나면서 이 같은 성장 전략이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실제로 폭스콘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1% 감소했다.
 
폭스콘은 저성장의 돌파구로 인수합병(M&A)을 통한 브랜드화를 선택했다. 샤프전자와 MS의 피처폰 사업부를 인수하며 하청업체가 아닌 시장 전면에 나서겠다는 포석이다. 또 인건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봇 노동자를 대거 도입하는 등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대응에도 앞장서고 있는 모습이다. 
 
샤프 인수, '브랜드화'를 위한 포석
 
폭스콘은 지난 4월 약 3890억엔(약 35억달러)에 샤프전자를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샤프는 보통주와 우선주를 신규 발행해 폭스콘에 의결권 지분 66%를 지급할 예정이다. 폭스콘이 내년 7월 우선주를 보통주로 바꿀 경우 의결권 있는 지분율은 72%까지 올라가게 된다. 폭스콘은 인수가격도 당초 제안했던 4890억엔에서 1000억엔이나 깎았다. 한달여의 협상기간 중 3500엔에 달하는 샤프의 우발채무 존재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샤프 주주들의 동의절차를 거치면 폭스콘은 이달 중으로 한 때 일본의 자존심이었던 샤프를 완전히 품을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 4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홍하이의 샤프 인수 기자회견 모습. 사진 왼쪽부터 다이정우 폭스콘 부회장,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 다카하시 고조 샤프 회장. 사진/뉴시스·AP
 
일부 일본 언론에서는 폭스콘의 이번 인수가 샤프의 디스플레이 기술을 노린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궈 회장이 샤프의 다른 사업부까지 끌고 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궈 회장은 샤프의 태양광 사업 철수설에 대해서도 "계속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디스플레이만이 아니라 샤프의 모든 브랜드를 가지고 가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미 팬실베니아대 와튼경영대의 온라인 경영저널 놀리지앳와튼(knowledge@wharton)은 최근 '폭스콘은 글로벌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라는 보고서를 통해 폭스콘의 샤프 인수 건을 집중 분석했다. 보고서는 "폭스콘의 관심은 샤프 자체보다는 누구나 아는 이름을 가진 전자제품 브랜드가 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폭스콘이라는 브랜드를 알고 있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마샬 메이어 와튼경영대 명예교수는 "기술 문제도 일부 있겠지만 사실상 브랜드의 문제"라며 "궈 회장도 브랜드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랜드를 통해 현재의 저수익 구조를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OEM의 특성상 애플이 아무리 많은 아이폰을 판매하더라도 하청업체인 폭스콘의 몫으로 떨어지는 부분은 많지 않다. 여기다 중국 내 인건비가 계속 올라가며 수익성은 날로 악화되는 상황이다. 수익성 낮은 하청업체에 머무르지 않고, 샤프를 되살려 브랜드로 먹고 사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궈 회장이 샤프를 인수할 당시 2년 안에 흑자전환을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실제 턴어라운드 성과보다는 브랜드 이미지 부활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될 전망이다. 
 
노키아 피처폰사업 인수…"핸드폰 시장 전면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원하는 폭스콘의 야심은 핸드폰 시장에서 더 명확히 드러난다. 폭스콘은 지난 2013년부터 대만 등에서 인포커스(InFocus)라는 브랜드로 스마트폰 사업을 조용히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블랙베리나 노키아 등과 협력을 통해 상품 기획 및 개발 역량을 키워왔다. 
 
최근에는 MS가 매입했던 노키아의 피처폰 생산·판매·배급 부문을 3억5000만달러에 사들였다. MS는 지난 2014년 노키아의 휴대전화사업부를 54억유로에 매입한 바 있다. 아울러 폭스콘은 HMD글로벌과는 노키아의 피처폰 사업의 마케팅, 영업관련 자산을 공유받기로 했다. HMD글로벌은 노키아로부터 브랜드와 특허를 라이선싱 받은 회사다. 외주 생산 경험이 많은 폭스콘이 노키아 피처폰 개발과 생산을 담당하고 HMD글로벌이 마케팅과 영업을 나눠 가지며 시너지를 노린 것이다. HMD글로벌의 대주주는 사모펀드 '스마트커넥트LP'로 대표가 현재 폭스콘 회장의 자문역으로 활동하는 노키아 출신 장-프랑수아 바릴이라는 점에도 눈길이 간다. 
 
배은준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같은 움직임을 두고 "숨어있던 폭스콘이 핸드폰 시장 전면으로 나오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배 연구위원에 따르면 MS의 피처폰사업은 노키아 전성기와 비교해서는 4분의1 수준으로 줄었지만 지난해에만 9200만대에 달하는 판매고를 올렸다. 여기에 인포커스와 최근 인수한 샤프의 스마트폰 물량까지 합치면 폭스콘은 1억대에 육박하는 휴대폰 판매량을 점유하게 된다. 전체 핸드폰 시장으로 볼 경우 지난해 판매 1억대를 넘긴 화웨이에 이어 글로벌 4위에 올라서게 되는 것이다. 
 
또 애플 상표를 달고 나가긴 하지만 폭스콘은 엄연히 현재 스마트폰의 대표적인 하드웨어 플랫폼이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인수한 노키아는 과거 피처폰 시절을 대표하는 하드웨어 플랫폼이다. 배 연구위원은 "폭스콘은 현재와 과거의 강력한 하드웨어 플랫폼을 모두 보유하게 된 셈"이라며 "두 플랫폼이 서로의 장점을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면 그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현재 노키아 피처폰의 점유율이 높은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향후 스마트폰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만약 피처폰 사용자를 스마트폰으로 성공적으로 끌어올 수 있다면 폭스콘은 단번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넓은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된다. 
 
소프트웨어 부문 M&A·협력도 활발
 
폭스콘의 M&A는 하드웨어 부분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지난달 말에는 교육 및 비즈니스용 스마트보드(스마트칠판)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나스닥 상장사인 스마트테크놀로지를 인수하기 위한 약정계약서를 체결했다. 스마트테크놀로지는 현재 적자상태의 기업이다. 인수 조건은 주당 4.5달러의 현금매입으로 전체 규모는 2억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폭스콘의 모든 자회사와 협력이 가능하다는 조건과 폭스콘이 지정한 전략적 파트너의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조건도 붙어 있었다. 폭스콘이 최근 인수한 샤프의 디스플레이 기술과 스마트테크놀러지의 스마트보드 기술을 융합해 디지털 상호작용이 가능한 칠판인 '인터렉티브 보드' 시장을 키우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달 들어서는 인텔과 함께 5G 통신 인프라 분야에서 협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역시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측면의 협력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소식이었다. 현재 두 기업은 이동통신 네트워크 기술과 5G를 아우르는 통신 인프라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폭스콘이 5G 통신환경을 위한 장비를 만드는 것을 돕는 한번 폭스콘 계열 이동통신사인 아시아퍼시픽텔레콤을 통해 5G 네트워크 시범서비스 같은 공동 테스트를 진행키로 했다. 
 
로봇노동자 대거 도입…약일까 독일까
 
최대 문제인 인건비 해결을 위해서 로봇 노동자를 대거 도입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근 폭스콘이 중국 장쑤성 쿤산지역에 위치한 공장 한 곳에만 노동자 6만명을 대체할 수 있는 로봇을 투입했다고 보도했다. 11만명에 달하던 노동인력을 5만명으로 반 토막도 안 되게 줄인 것이다. BBC에 따르면 폭스콘은 이미 지난 2014년 9월부터 중국 동관성에 있는 공장 505개에 420억위안(6억400만달러)를 투입해 수천명의 노동자를 로봇으로 대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폭스콘이 노동자에 지급하는 월 평균 임금은 370달러다. 연간으로 따지면 한 사람당 4400달러 정도가 된다. 로봇 한 대를 구입비용이 3만5000달러 선인 점을 감안할 경우 8년 이후부터는 로봇이 사람보다 훨씬 저렴해지는 것이다. 
 
폭스콘의 로봇 도입은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틀을 따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폭스콘의 경우 열악한 근무환경과 극심한 스트레스로 다수의 노동자가 자살을 선택한 가운데 나온 변화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되고 있다. 폭스콘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을 시도하는 가운데 이 같은 인권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원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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