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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사람)"문학·출판 한류, 독자와 정부가 나서야"
고영수 출협 회장 "출판사들, 힘들어도 도서전 의미 생각했으면"
입력 : 2016-06-22 오후 2:36:25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장은 국민들이, 독자들이 만들어줘야 한다. 한국 출판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중견출판사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고영수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은 지난 21일 서울 삼청동 출협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으며 한국문학·한국출판의 세계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열렸던 '제22회 서울국제도서전'에서도 한국문학의 세계화는 중요한 주제 중 하나였다. 
 
고영수 대한출판문화협회장. 사진/원수경기자
 
고 회장은 우선 "영국에서는 '채식주의자'를 알아주는데 우리는 못 알아봤다"며 "이는 독자가 안 읽어서 그런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한국 문학의 일차적인 책임은 독자에게 있다"고 말했다. 독자들이 한국 작품을 많이 읽어 소설가들이 전념해서 집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는 "학교에 적을 두고 아르바이트 식으로 작품을 쓰는 풍토로는 세계시장의 문을 두드리기가 힘들다"며 "전적으로 소설을 쓰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독자가 읽어야 한다. 그 이후에 국가적인 정책으로 번역가를 양성하는 방안 등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출판의 세계화를 위한 우선 과제로는 중견 출판사 육성을 제시했다. "(한국 출판에는) 세계적인 기획을 할 수 있는 머리는 있지만 돈이 없다. 영화에는 몇천억씩을 지원하지만 출판에는 (지원이) 없다. 현재 우리 경제를 보면 삼성 하나가 굉장히 많은 것을 끌고 가는데 대한민국 출판에도 삼성과 같은 곳을 만들어야 한다. 몇 개가 앞에 나가고 원양어선 군단처럼 뒤에서 따라가는 구조를 만든다면 세계 시장에 노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중견출판사들은 어려운 상황을 보내고 있다. 독서인구 감소와 경기 불황, 도서정가제 등의 여파로 성장은커녕 생사의 기로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고 회장은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에 출판사들의 참여가 저조했던 원인으로도 출판사들의 경영난을 지목했다. 지난 2013년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했던 출판사는 361곳이었지만 올해는 234곳으로 크게 감소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견출판사들이 불황이다. 예전보다 적은 직원이 같은 매출을 책임지는 환경에서 도서전은 부담이 된다. 하지만 출판사들의 상황을 이해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생각한다. 도서전은 출판사가 지난 1년간 혹은 지금까지 만들어온 책을 독자에게 보여주는 장으로 출판사에게는 의무이자 서비스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겠지만 (도서전의 의미를 생각하는) 정신이 좀 더 있어야 한다."
 
지난 1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22회 서울국제도서전' 폐막식에서 고영수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이 인삿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서울국제도서전
 
출판인회의와의 갈등 때문에 출판사들의 참여가 적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고 답했다. 지난 1998년 단행본 출판사들이 출판인회의를 따로 만들고 나오며 두 단체는 다소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도서전을 앞두고서도 출판인회의가 출협에 행사 공동주최를 제안했다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단체의 회원 70~80%가 겹치는 상황에서 출판사들의 불참은 경영문제 때문이지 단체 갈등 때문은 이니다. 통합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는 않지만 양쪽 회장이 스스럼없는 사이라 (통합) 해야하지 않겠냐는 말은 나오고 있다. 넘어야 할 장애가 없지 않겠지만 때가 되고 성숙해지면 합쳐지는 계기가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도서전 전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참여 출판사는 적었지만 역대 최대인 122개 프로그램과 92명의 저자 초청 행사를 열었고 유료입장객도 지난해 3300여명에서 올해 4300여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고 회장은 "어려운 여건이었지만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한다. 85~90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초 차기 출협 회장 선거까지 고 회장의 임기는 8개월가량이 남아있다. 지난 2년4개월 동안 그랬던 것처럼 남은 기간에도 고 회장의 중점은 '도서정가제'에 있다. 그는 지난 2014년 개정도서정가제 법제화를 가장 큰 업적이자 가장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내년 법 개정에서는 도서 할인을 전면 금지하는 완전도서정가제를 위해 힘쓴다는 계획이다. 
 
"개정도서정가제 법제화를 통해 인터넷서점의 할인판매가 등장하면서 15년간 추락한 출판시장에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 도서정가제 이전에 취해있던 할인판매의 단맛을 빼는 지금의 시기가 어려운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 시기를 잘 넘기고 완전도서정가제로 간다면 출판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다. 내년 법 개정에서 완전도서정가제가 자리 잡는다면 한국은 문화적으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새벽의 여명을 앞두고 가장 어두운 때가 지금이다."
 
고 회장은 앞으로 경기도 용인에 숲속도서관을 만들어 지역사회와 함께 책을 읽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날 인터뷰 직전에도 도서관 공사현장에 다녀왔다며 흙 묻은 운동화를 보여줬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 독서 동아리를 만들어 책으로 소통하고 싶다. 책이 주는 향기를 맡으며 숲의 향기 속에서 살고 싶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원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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