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책읽어주는기자)군자를 버린 논어, 엄숙주의를 벗다
'군자를 버린 논어' 공자 지음|임자헌 옮김|루페 펴냄
입력 : 2016-08-02 오전 8:53:07
논어가 이토록 상식적이고 재미있는 책인지 미처 몰랐다. 곰팡내 나는 말들을 벗어버린 논어는 술술 읽혔다. 
 
한문 번역가 임자헌이 번역을 맡은 '군자를 버린 논어'는 발칙하다. 논어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군자'라는 말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소인, 인, 의, 예, 경 등 논어의 주요 개념들 역시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이들을 풀어쓴 말이 독자를 반긴다. 
 
'군자'라는 딱딱한 표현 대신 성숙한 인간, 인격이 잘 닦인 지성인, 인가다움에 뜻을 둔 지성인 등 여러 표현이 사용된다. 군자의 반대말인 '소인'은 인격이 못난 사람, 먹고사는 일만 걱정하는 그저 그런 인간, 좀생이 등으로 표현됐다. 
 
학이, 위정, 팔일 같은 각 편의 제목도 쉽게 바꿨다. 학이는 '자, 학문의 길을 열어봅시다!' 라고 풀어놨으며 위정은 '효란 무엇인가요?', 팔일은 '질서가 무너진 사회'라고 해놨다. 20개 편이 모두 이렇게 풀어쓴 제목을 달고 있다.  
 
기원전 춘추시대의 논어는 임자헌의 번역을 통해 완전히 현대화됐다. '사람이 걸어야 할 길'이라는 뜻의 이인편에 수록된 "사지어도, 이치악의악식자, 미족여의야(士志於道, 而恥惡衣惡食者, 未足與議也)의 풀이는 익살맞다. 
 
"어떤 지식인이 사람으로서 올바를 길을 걷겠다는 뜻을 세웠다고 칩시다. 그런데 그가 형편이 안 좋아서 구닥다리 후진 옷밖에 못 입고, 삼각김밥에 컵라면밖에 못 먹는 자기 처지를 부끄러워하잖아요? 그럼 그 사람과는 사람답게 사는 길이니 뭐니 하는 얘기를 할 가치가 없는 겁니다."(67쪽)
 
옛 때를 벗어내며 논어의 철학은 한결 또렷해졌다.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던 논어가 사실은 매우 상식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문성 : 논어를 가볍게 번역했지만 역자는 한국고전번역원 실록 재번역팀에서 전문위원 및 번역위원으로 일했던 전문 번역가다. 가벼운 번역 속에서도 논어의 핵심을 놓치지 않았다. 
 
▶독창성 : 분명 논어를 읽고 있는데 벤츠와 아르마니, 삼각김밥, 컵라면 등이 등장한다. 본 뜻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현대적으로 변주된 번역이 참신하다. 
 
▶대중성 : 젠체하지 않고 소탈해진 논어는 한결 쉬워졌다. 학창시절 한문 시간이 끔찍했더라도 술술 읽을 수 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방송진행:정미옥 앵커, 출연:원수경 기자)
 
 
 
원수경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