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책읽어주는기자)바쁜 현대인을 위한 '휴식 처방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 울리히 슈나벨 지음|김희상 옮김|가나출판사 펴냄
입력 : 2016-07-26 오전 9:34:07
미하엘 엔데의 동화 '모모'에는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아 가는 존재인 '회색 인간'이 나온다. 평화롭던 마을에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회색 인간은 사람들에게 그들이 얼마나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지를 말하며 시간을 절약할 것을 종용한다. 회색 인간의 꾐에 넘어간 사람들은 시간 절약을 통한 편리한 삶을 꿈꾸지만 결국 여유를 잃고 바쁜 일상에 허덕이게 된다.
 
회색 인간에 현실에 있을 리 만무하지만 '모모' 속 상황은 현실과 꼭 닮았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롭고 편리한 세상을 살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편안하게 쉬는 삶에서는 멀어졌다. 마트 진열대에 있는 수많은 상품들 중 나에게 꼭 맞는걸 고르느라 한참을 고민해야 하고, 쏟아지는 이메일, 메시지와 하루 종일 씨름해야 한다. 매순간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잠깐의 '멍때리기'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독일의 과학전문 기자인 울리히 슈나벨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가나출판사)'을 통해 모든 것이 빨라지고 바빠진 '가속화 사회'를 진단하고 여유를 되찾을 수 있는 휴식의 기술을 제안한다.
 
슈나벨은 "정신없이 바쁜 일상은 오늘날 우리 사회를 점령한 독감 바이러스와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덕임과 조급함은 어쩌다 겪는 일시적인 게 아니라 늘 우리를 괴롭히는 만성질환이 됐다. 성과와 업적만을 최우선으로 꼽는 분위기 속에서 목표를 추구하지 않는 휴식이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여유는 비생산적인 것, 더 나아가 반생산적인 인생의 낭비로 여겨지고 있다. 번아웃증후군 이라는 신종 질병까지 생겨날 정도다.
 
최신 기술 덕분에 많은 시간을 절약하면서도 시간이 늘 부족한 것은 가능성이 늘어나면서 요구도 늘었기 때문이다. 선택의 폭이 넓을수록 결정이 어렵고 스트레스는 늘어난다. 최근에는 넘쳐나는 정보도 시간을 잡아먹고 있다.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인터넷에 매달리고 언제는 연락 가능한 상황이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 이는 주의력을 위협하고 심하면 중독 증세까지 몰고 오기도 한다.
 
저자는 '시간 부족'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차원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서두르는 것이 일상화된 사회 속에서 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휴식을 위해서는 따로 시간과 돈을 들여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휴식에 대해서는 "차분하게 자아를 되돌아보며 뭐는 해도 되며, 무엇은 하면 안 되는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휴식은 긴장을 풀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영감을 주고받는 대화를 나누거나 게임에 몰입하거나, 산책하고 음악을 듣는 것 모두가 휴식이 될 수 있다. 

▶대중성 : 과학을 대중에게 알기 쉽게 전달한 공로로 2006년 '게오르크 폰 홀츠브링크 상'을 수상한 저자답게 사회현상에 대한 분석을 쉽게 읽힐 수 있게 풀어냈다. 

▶전문성 : 가속화 사회의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다양한  과학적 근거와 역사적 배경 설명 등에서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참신성 : 삶의 속도를 늦추는 일을 개인적인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고 사회적 문제로 풀어내는 시선이 색다르다. 
 
■요약

1. 우리는 왜 날마다 바쁜가
 
우리는 최신 기술 덕택에 더욱 많은 시간을 절약하면서도 시간에 허덕이는 역설을 겪고 있다. 이는 시간 절약으로 무수한 가능성과 함께 우리의 요구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술은 기회를 늘려주는 대신, 그에 따른 대가를 요구한다. 선택의 폭이 넒어질수록, 그만큼 더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지며 우리의 스트레스도 늘어난다. 휴식은 꼭 필요한 것에만 주목하고 집중하는 마음가짐이다. 
 
2. 정보 홍수에 휩쓸리지 않는 법
 
정보 홍수는 우리의 주의력을 위협하고 중독증세까지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끊임없이 인터넷에 매달리며, 언제든 연락 가능한 상황이어야만 한다는 통신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 이는 기억력을 지나치게 자극해 정작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에 꼭 필요한 우리의 의지를 취약하게 만든다. 두뇌도 휴식이 필요하다. 
 
3.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가치
 
한숨 눈을 붙인다거나 명상을 하는 것, 아니면 그저 간단하게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게 잃어버린 시간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은 신경과학의 연구로도 입증됐다. 우리 뇌는 아무런 일을 하지 않을 때 더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절한 휴식은 우리의 기분을 풀어줄 뿐만 아니라 창의력도 끌어올린다. 결과적으로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4. 우리를 몰아붙이는 가속화의 체계
 
우리는 르네상스 시대 이후 300년 넘게 가속화에만 치중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벤저민 프랭클린이 이미 1748년에 '시간은 돈이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을 정도다. 속도 지향의 이같은 변화는 인생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과학기술 때문만은 아니다. 혼잡한 정치, 선정적 오락문화 등은 갈수록 의미를 소홀히여기며 전체를 조망하는 관조를 힘들게 만들고 있다. 
 
5. 가속화 사회에서 자신을 지키는 법
 
현대사회의 온갖 강박에도 휴식의 기회는 여전히 남아 있다. 평온과 평안은 멀리 떨어진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유를 찾고 휴식을 누릴 기회를 찾지 못하게 막는 것은 대개 우리의 잘못된 습관이다. 한가로이 거닐며 산책할 수 있는 길을 찾는 사람이라면 휴식의 길도 찾을 수 있다. 
 
6. 일상에서 더 많은 휴식을 누리는 기술
 
휴식을 누리기 위해서는 거절하는 법을 배우고 참된 친구를 구해야 한다. 자신이 죽었을 때를 상상해보고 나를 위한 추모사를 써 보는 것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해준다. 무수한 가능성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내면의 목소리에 충실해야 한다. 
 
■책 속 밑줄 긋기
 
우리의 주인공이 평안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들도 한가로울 때일 뿐이다.
'경쟁'이 지금껏 해온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어떻게든 처지를 개선하겠다고 소매를 걷어붙이는 한,
가속화의 소용돌이는 피할 수 없게 된다.
사회의 모든 구석원은 갈수록 허덕임에 내몰리고
여유라고는 깨끗이 잊어버리고 만다. 
 
■연관 책 추천
 
'모모' 미하엘 엔데 지음|한미희 옮김|비룡소 펴냄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방송진행:정미옥 앵커, 출연:원수경 기자)
 
 
 
원수경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