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책읽어주는기자)잠수사의 눈과 입으로 보는 세월호 사건
'거짓말이다' 김탁환 지음|북스피어 펴냄
입력 : 2016-08-09 오전 11:37:01
"실종자 발견! 나가겠음."
 
어차피 욕설은 바지선에 올라가면 실컷 먹을 것이고, 지금은 실종자와 함께 나가는 것이 급했습니다. 술에 취한 듯 어지럽다는 것은 체내에 질소가 많이 찼다는 겁니다. 이러다가 기절이라도 하면 큰 사고로 이어집니다. 저는 줄을 세번 당긴 뒤 실종자를 품에 꼭 안았습니다. 그러고는 인사했습니다.
 
"고마워. 와 줘서."(122쪽)
 
우리 사회의 상처로 남은 세월호 사건을 다룬 첫 장편소설인 김탁환의 '거짓말이다'가 나왔다. 희생자나 유가족이 아니라 진도 맹골수도에서 희생자 수습과 수색을 위해 최전선에 나섰던 민간잠수사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소설은 탄원서로 시작한다. 산업잠수사로 세월호 구조현장에 참여했던 나경수 잠수사는 당시 현장을 이끌었던 류창대 참수사의 무죄판결을 촉구한다. 
 
탄원서에서 나경수는 2014년 4월16일 이후의 상황을 전한다. 나경수는 믿기 힘든 거대 여객선의 침몰 소식과 함께 심해 수색을 도와달라는 동료의 다급한 연락을 받고 진도 팽목항으로 내려간다. 제대로 된 장비도, 의료진도 없이 하루 3교대로 잠수를 하는 척박하고도 긴급한 상황과 실종자를 수색하고 구조하는 과정에서 신체적·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는 잠수사들의 이야기와 함께 유가족들의 슬픔과 분노, 언론의 무능함 등을 때론 담담하게 때론 뜨겁게 풀어낸다. 
 
김탁환은 실제 세월호 구조현장에 참여했던 김관홍 잠수사의 증언을 바탕으로 이번 소설을 썼다. 김 작가는 지난 2015년 9월 조선 후기 조운선 침몰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 '목격자들'을 집필했고 이를 계기로 '416의 목소리' 팟캐스트에 참여하게 된다. 참사와 관련된 14명의 목소리를 녹음하는 중 김관홍 잠수사를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민간잠수사에 대한 이야기를 구상하게 됐다. 
 
김관홍 잠수사의 이야기 이외에도 여러 인터뷰가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담겨있다. 민간잠수사들의 세월호 구조 참여가 돈 때문이라고 말하는 대리운전 기사의 말, 팽목항 인근에서 소형 어선을 모는 어민의 이야기, 세월호 사고 생존 학생과 그 아버지의 이야기, 희생자 유가족의 말 등 다양한 목소리가 당시의 아픔을 전한다. 고스란히 전해지는 먹먹한 슬픔과 뜨거운 분노는 책을 읽어나가기 어렵게 만든다. 
 
소설의 모델이 된 김관홍 잠수사는 완성된 책을 보지 못했다. 잠수병 등 후유증으로 세월호 구조에 동참한 이후 다시 바다에 돌아가지 못했던 김 잠수사는 이후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이어가다 지난 6월 숨진 채 발견됐다. 
 
김탁환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열흘 동안 작업실에 틀어박혀 소설을 퇴고할 것이 아니라, 김관홍 잠수사와 만나서 이 소설 속에 잠긴 문제들을 더 논의했더라면, 그랬더라면…"이라며 애통함을 전했다. 그리고 뜨겁게 읽고 차갑게 분노할 것을 당부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방송진행:정미옥 앵커, 출연:원수경 기자)
 
 
원수경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