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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언제까지 소고기를 먹을 수 있을까
'소고기 자본주의' 이노우에 교스케 지음|박재현 옮김|엑스오북스 펴냄
입력 : 2016-08-16 오전 9:36:23
지난 2013년 한우 및 육우 평균 도매가격은 킬로그램(㎏) 당 1만2814원이었다. 올 5월에는 평균가격이 1만8535원으로 44%나 올랐다. 수입 소고기 가격도 올랐다. 호주산 갈비 가격은 지난 5년 평균과 비교해 15%나 비싸졌다.
 
소고기 가격이 오른 것은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일본의 국민 메뉴인 소고기덮밥 가격도 오르고 있다. 덮밥용으로 많이 쓰이는 부위는 우리가 흔히 우삼겹이라 부르는 쇼트 플레이트인데 이 가격이 반년 사이 50%나 올랐다.
 
'소고기 자본주의'는 지금처럼 가격이 상승한다면 더 이상 소고기를 먹지 못할 날이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가지고 소고기 가격 상승의 배경을 추적한다. 소고기를 수입하는 일본의 한 상사는 그 원인으로 중국을 지목한다. 중국인들이 소고기를 먹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올랐다는 것. 중국인들은 지금까지 닭고기나 돼지고기 위주로 육류를 섭취해왔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타격을 입은 중국 자본이 돈 되는 소고기 사업에 뛰어들면서 소고기 수요진작에 나섰고 이제는 중국인의 입맛까지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소고기 가격이 뛰면서 양고기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양고기를 키우던 농장이 양고기 대신 소고기를 키우면서 공급이 줄었기 때문이다. 소 사육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사료의 원료가 되는 콩의 수요도 높아졌다. 콩 가격도 올랐으며 폭발적인 수요를 맞추기 위해 브라질의 광활한 세라도 초원은 거대한 콩밭으로 변했다.
 
저자는 이 같은 소고기 전쟁의 진짜 배경에는 중국인의 식탐이 아니라 자본주의 논리를 바탕으로 한 머니게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위기 이후 주식·채권 파생시장이 무너지면서 수익을 쫓던 돈은 상품시장으로까지 들어오게 된다. 금, 구리, 원유, 소, 돼지, 커피 등에 투자하는 코모디티(상품) 인덱스 펀드가 만들어졌고 이들 상품의 가격을 제멋대로 뒤틀어버렸다.
 
일본 NHK의 시사보도 PD인 저자는 일본의 상사에서 시작해 중국의 소고기 수입업체, 뉴질랜드의 목장, 브라질의 콩 농장 등을 쫓으며 소고기 가격 이면에 숨겨진 자본주의의 민낯을 고발한다. 빚을 내 집을 사고 차를 사도록 부추기며 경제를 성장시켰던 산업화 모델이 농업에도 적용되고 있다며 우리의 식탁뿐만 아니라 삶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세계 곳곳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들은 가볍게 흘려보내기에는 제법 묵직한 경고를 던지고 있다.
 
▶대중성 : 금융위기를 몰고 온 탐욕스런 글로벌 머니의 민낯을 간결하고 정확하게 짚어준다. 복잡한 이론과 통계 없이 경제의 큰 맥락을 이해하게 한 데에는 일상에서 피부로 겪는 경험과 풍부한 인터뷰, 다양한 현장 스케치의 공이 크다.
 
▶독창성 : 탐욕에 눈 먼 자본주의 때문에 경제와 자연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주장이나 대안으로 제시한 산촌자본주의와 어촌자본주의가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다만 소고기라는 일상적인 소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점은 흥미롭다.
 
▶전문성 :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먹거리 전쟁을 밀착 취재한 내용을 담은 책으로 현장감이 살아있다.
 
■요약
 
일본의 국민메뉴인 소고기덮밥의 가격이 오른 것은 단순하게 보면 중국 때문이다. 중국이 소고기를 먹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소고기 소비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소고기에 대한 수요가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이 아니라 공급이 늘면서 수요가 만들어진 것. 금융위기 이후 타격을 입은 중국 자본이 돈을 쫓아 소고기 수입에 나섰고 중국 내 소고기 소비를 끌어올리고 있다. 자본이 인위적으로 수요를 창출하면서 공급시장을 뒤흔드는 머니자본주의의 '역회전 사이클'이 적용되고 있는 모습이다.
 
소고기 값이 뛰면서 모든 것이 비싸지고 있다. 다른 가축을 기르던 농장들도 소고기 사육으로 전환하자 다른 육류의 공급이 줄었고 가격은 높아졌다. 전통적으로 양을 주로 기르던 뉴질랜드의 농장들도 이제 양 사육을 포기하고 소를 기르고 있다. 소고기 사육이 늘어나면서 기존의 곡물만으로는 사료를 감당할 수 없게 됐다. 브라질에서는 초원을 개간해 사료용 콩을 기르는 거대한 농장을 운영하는 곳이 많아졌다. 그 결과 수십년간 세계 사료시장을 장악해 온 미국 거대 곡물회사의 영향력도 감소했다.
 
하지만 식육과 곡물가격 급등의 진짜 원인은 다른 데 있다. 중국인의 폭식보다는 선진국 금융시장이 만들어낸 '코모디티 인덱스 펀드'에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실제 수요자에 끼치는 영향은 아랑곳하지 않고 단순히 수익을 쫓는 자금이 인덱스펀드에 유입되면서 금과 구리, 옥수수, 원유, 소, 돼지 등의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가격변동성이 커질수록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에 이들은 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우는 요소가 되고 있다.
 
돈만 쫓는 머니자본주의의 피해는 서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진 지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 경제는 살아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노숙자들이 뉴욕의 거리에 있다. 제 발등을 찍는 탐욕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인 산촌자본주의와 어촌자본주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책 속 밑줄 긋기
 
커모디티 인덱스 펀드에는 여느 선물거래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의미가 있다.
사실 이 금융상품에 자금을 투입하는 사람들은 오로지 값이 오르기만 바란다.
곡물을 구매하는 사람이 어떤 피해를 입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는다.
좀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여 시세를 끌어올리려고 할 뿐이다.
밀 가격이 올라 자신이 사먹는 빵 가격이 올라도 신경 쓰지 않는다.
실제로 밀을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 힘들든 말든.
 
■별점 ★★★☆
 
■연관 책 추천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 모나티 고스케·NHK 히로시마 취재팀 지음 |김영주 옮김|동아시아 펴냄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방송진행:정미옥 앵커, 출연:원수경 기자)
 
 
 
원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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