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참사 국정조사’가 진행 중이다. 반드시 규명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가습기 참사는 옥시의 돈으로 덮을 수 있는, 단순히 기업과 소비자 사이만의 문제는 아니다.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하기 위해 국가의 법령이 있었고 그 법령이 국가에 충분히 세밀한 권한을 줬는데도 국가가 참사를 막지 못했다. 국가에 화학물질로부터 건강을 지킬 수 있게 여러 법률상 권한을 줬는데 국가가 왜 법률상 권한과 의무를 다하지 못했는지 밝혀내야 한다. 나아가 국가가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대안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먼저 유해화학물질관리법과 공산품안전관리법, 산업안전보건법 3가지 법률이 겹겹이 있었다. 부처별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 법령이 다 있었지만 3가지 법률이 모두 실패했다. 3가지 법률이 동시에 실패해서 비극적 참사가 발생했는데 왜 법률상 권한이 있었음에도 공무원들은 제대로 행사하지 않았느냐 원인은 무엇인가를 밝혀내야 한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안전 규제 대상인 기업들, 화학물질 제조업체와 공산품 제조업체 이런 곳이 국가의 정당한 규제기관마저 포획하고 심지어 규제기관의 구성원이 됐다는 점이다. 안전관리 대상이 돼야 할 자들이 오히려 안전관리 주체가 돼 있던 법률상의 오류가 있었다. 오류를 바로 잡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국제간 화학물질 이동이라든지 화학물질 자체가 갖고 있는 특수성을 일반인들은 잘 알 수 없다. 제조업체들이 개별적으로 흡입독성을 제대로 연구할 수 있는 역량 있는 기관이 없다. 국가기관 중에는 3곳 정도만 흡입독성 실험할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화학물질 특수성에 맞게 좀 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국정조사에서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법률은 제대로 있었는데 공무원이 잘 못했다는 주장인가.
이를테면 노동부가 고시한 YSB-WT가 단적인 예다. 고시한 노동부조차도 이게 PHMG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자신들이 고시했는데도 2016년 8월이 돼서야 이게 알고 보니 옥시 성분 PHMG라는 걸 알게 됐다.
독성을 고시하고 국민에게 알려서 환경부에 통지하는 등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제도는 있었다. 그런데 공무원들이 옥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었던 YSB-WT를 PHMG라는 걸 누구도 알 수 없는 형식으로 고시했다. 1997년 6월 고시 이후 1997년 12월 환경부가 PHMG를 고시 하면서 위해·우려도 없고 관찰물질도 아니라고 고시했다. 국가 관보에 똑같은 물질에 대해 서로 반대되는 내용의 고시가 있었다는 거다. 공표하게 하는 제도를 만들어 놨지만 그걸 운용하는 공무원이 왜 이렇게 했을까. 노동부 스스로 인정하는 게 SK케미칼이 정보 보호를 위해 요청했다는 거 아닌가. 단적으로 국가의 안전규제가 기업의 사적인 이익 요구에 지나치게 포획당해 있었던 사실을 보여준다.
이 시점에서 당시 법률에 의해서 옥시 PHMG가 유해물질이라는 것을 노동부가 환경부에 유해성이 있다고 통지했다면 환경부의 고시도 바뀌었을 거다. 환경부가 12월에 위해·우려 없는 물질이라고 고시하지 않았을텐데. 유독물·관찰물질이라고 고시했다면 환경부의 PHMG 관리가 달라졌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동부가 YSB-WT라고 엉뚱한 이름으로 고시를 했고, 환경부에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는 점이 옥시 사태의 가장 큰 직접적인 원인이다.
다른 예도 있다. 2005년에 PHMG가 가정용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오니까 환경부가 유해화학물질로부터 국민 생활을 지키겠다면서 2006년부터 시행한 '생활 전과정 유해성 평가위원회'를 만들었다. 문제는 옥시 가습기 살균제 원료 제조 공급사인 SK케미칼의 스카이바이오(SKYBIO) 팀장이 평가위원으로 들어간 것이다. 기업에 나름 필요한 이익은 보호해야 하지만 안전에 관해서는 기업들이 안전규제를 만든다든지 안전성 자체와 관련한 의사결정을 한다든지 그런 것은 허용해서는 안 되는 거다. 그런데 그런 게 허용됐다. 공무원들이 실제 법률 적용 과정서 잘못한 부분이 많다.
검찰이 관련 공무원들을 조사 중이지만 형사처벌은 회의적이다.
그건 알 수 없는 것이다. 도대체 SK케미칼이 정보보호요청을 왜 했고 어떤 방식으로 했고 왜 노둥부는 받아줬는지 밝혀내야 한다. 일시적인 게 아니라 사실상 영구적으로 돼 있는데 그 과정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밝혀야 한다. 아직 진실이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많기 때문에 각각의 법령의 적용에서 국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수사해야 한다. 공무원이 어떤 행위 했는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공무원 행위 중에 범죄를 구성하는 행위가 있을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세퓨 가습기 살균제의 경우 신청서에 나와 있는 ‘주요용도’ 신청서를 ‘주요농도’로 임의로 바꿔 냈는데 공무원은 그대로 받아줬다. 중요한 공문서인데 공문서의 핵심적인 사항을 고쳐서 제출했는데 심사를 전업으로 하는 공무원이 과연 그냥 모르고 해줬다고 볼 수 있는 건가. 여러 내용들이 더 규명이 돼야한다. 수사가 철저하게 진행돼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를 보면 산자부는 어떤 화학제품에 대해서 안전기준을 만들 것인지 아닌지,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등을 결정하는 폭넓은 권한을 당시 법령에 근거해서 갖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산자부는 ‘가습기 메이트’라는 제품이 처음 나올 때부터 지금까지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해 권한이 있었지만 안전검사 대상 품목으로도 지정하지 않았고 안전 기준도 만들지 않았다. 산자부가 사람 폐 속에 살균제가 들어간다는 본래적인 제품의 특성상 내재된 위험성을 조금이라도 인식한 뒤 가습기 살균제 안전 기준을 만들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소비자들은 “옥시 제품? 뭔가 안전기준을 신고하고 시장에 나왔겠지”라고 생각했단 말이다. 그런데 실상 시장에 그냥 나왔다.
정부 3개 부처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다. 어느 부처가 가장 책임이 크다고 보나.
다 책임이 있겠지만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기본적으로 산자부 책임이 크다고 본다. 소비자들은 가습기 살균제라는 제품을 썼지, 그 안에 들어 있는 특정 화학물질을 가지고 소비하는 건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봐야한다. 가습기 살균제라는 공산품을 소비한 거다. 공산품 안전 관리는 법률상 산자부가 권한과 의무를 가지고 있다. 산자부는 가습기 살균제에 대해 안전 기준과 관련해 권한을 전혀 행사하지 않았다.
산자부는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안전기준을 만들지 않았다. 자꾸 산자부는 기준이 없었다고 얘기하는데 자신들이 안 만들었으니까 기준이 없는 거다. 공무원들이 이렇게까지 타락했다는 사실에 굉장히 분노한다. 자신들이 안전기준 만들 권한이 있었고, 그래야 했음에도 가습기 살균제 안전기준이 없어서 어떻게 해볼 수 없었다고 변명하고 있다. 국민 건강에 위해를 가하는 제품에 대해서 안전기준을 만들라고 했고 법이 권한을 줬는데 자기들이 행사하지 않았으면서.
환경부 책임도 있다.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됐는지 몰랐다고 변명하는데 법에 화학물질 유통량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환경부가 1998년, 2002년, 2006년, 2010년 4년마다 100억원 가까이 매년 쓰면서 유통량 조사를 한다. 할 수 있었던 일이고, 예산 많이 들여서 제대로 했어야 할 일을 하지 않았으면서 그 입으로 어디에 쓰는지 몰랐다고 얘기를 하는 것이다. 관료들과 공무원들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너무 극단적으로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검찰은 애경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를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가습기 참사를 국가가 온당하게 못 풀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이다. 똑같은 피해자인데 옥시 피해자들은 검찰서도 잘 대해주고 옥시도 돈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그러나 애경 CMIT/MIT 피해자들은 검찰에서도 외면하고 그 제조자들은 돈 이야기를 전혀 안 하고 있다. 같은 피해자인데 극단적인 차별을 받고 있다. 이렇게 하면 가습기 참사가 합리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검찰은 보건복지부 핑계를 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가습기 참사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2011년 1~4등급으로 피해자 등급을 매겼다. 당시 그 시점에서 (피해 상황을) 빨리 판단하기 위해서 수거명령을 내려야 하니까. 그 때 임의로 했던 등급을 가지고 CMIT/MIT는 1,2 등급 피해자가 없다는 이유로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 당시에 그런 부분은 수거명령 내리기 위한 임시 조치였을 뿐이다. 중요한 사실은 CMIT/MIT 수거명령 안 내리고 대상에서 제외했는데 그 이후에 CMIT/MIT 사용한 분 중에 사망판정 받은 분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검찰은 당연히 CMIT/MIT 수사를 해야 한다. 과연 유해성이 어느 정도였고, 유해성으로 인해 사망한 피해자들이 어떤지 수사를 해야 한다. CMIT 경우 정부도 인정한 폐 손상 피해자가 3명이 나왔다. 이런 자료를 근거로 수사를 해야 한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이런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해줘야 한다.
이번 참사와 관련해 집단소송의 전반적 도입이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러 수단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기업이 자신들의 이익은 사유화하고 소비자가 본 피해는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부당함을 막아야한다. 아무래도 판사들에게 일임하는 것은 제도의 명확성이 떨어진다. 새로운 법제가 나오는 게 낫다. 포괄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우리 법제하고는 아직은 잘 조화가 될 수 있을지 검토가 더 필요하다. 3배 보상 조항이 낫다. 기존 틀을 유지하면서도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거나 고의·중과실이 있을 때 통상 손해액의 3배를 물리는 내용이다.
유사 참사의 재발을 막는 근본 대책은 무엇이 있을까.
먼저 CMIT/MIT 피해자분들이 차별받지 않고 구제되는 게 중요하다. 어떠한 교훈을 줬고, 어떤 변화를 가져갈 수 있는지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안전 규제 대상 기업들이 안전규제를 만든다거나 안전기준을 적용하는 위원회에는 일절 참여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수기 안전기준을 만드는데 정수기 회사가 안전기준을 만드는 위원회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물론 정수기 안전기준을 만들 때 그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볼 수는 있다. 행정절차법에서도 허용하고 있다. 자신들에게 영향을 주는 행정행위에 대해서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게 아니다. 안전기준 자체를 의결하고 결정한다는 데 있다. 안전기준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위원회에 정수기 회사 직원이 와서 앉아 있으면 안 된다.
그런데 이런 행태가 거의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기업의 이익을 좇을 수밖에 없게 된다. 법률은 안전기준 마련을 위해 심의위원회를 두고, 심의위원회는 안전에 대해 지식이 있는 사람을 요구한다. 당연히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좀 더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사람들을 위원회로 구성해야 하는데 거기에 이해당사자를 직접 집어넣고 있다는 사실이다.
송기호 변호사가 지난 5월11일 서울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 화학물질 유해성심사가 서류조작으로 불법 진행됐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공무원이 법 원리와 해석상 이해관계 기업 직원을 위원회에 넣지 말아야 함에도 대부분의 안전위원회가 그런 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정리해야 한다. 아예 안전기준 적용 대상이 되는 제조업체들은 안전위원회에 위원으로 의결권 있는 위원이 돼서는 안 된다. 명시적으로 법을 고치는 방안도 필요하다. 관료사회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 국가 자원 배분이 바뀌어야 한다. 사회자원이 안전에 더 들어가도록 자원배분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 기존 화학물질이 수만가지인데 유해성심사 평가를 안 받고 사용되고 있는 게 많다. 언제 도대체 다 평가하느냐는 거다. 지금의 이런 재정과 인적 자원을 갖고서는 어렵다. 안전 조직에 자원을 더 투입해야 한다.
국가가 임의로 어떤 물질을 기존화학물질로, 신규화학물질로 나누면 기존화학물질의 경우 그냥 따로 유해성심사 신청을 안 하고 바로 시장에 들어온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제조자가 자신들이 쓴 화학물질이 해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고 입증한 이후에만 유통되도록 해야 한다.
국가에 상당한 자원배분을 해서 국가가 특정 제품들의 안전성에 대한 테스트 지원을 상대적으로 해주는 거다. 중소기업이 갖는 부담을 덜어주는 거다. 안전성을 스스로 입증하는 과정을 지원해주는 시스템이다.
정리하면 CMIT/MIT 피해자들이 받고 있는 차별이 빨리 해결해야 된다. 안전 규제 대상이 직접 안전규제 결정하는 다 씻어내야 돼. 그건 사실 법도 필요 없어. 법이 그렇게 하라고 돼 있지 않으니까. 대통령령이나 훈령으로 장관이 정하면 된다. 그렇게 안할거 같으니까 법제정 하라는 것이고.
가습기 사태가 결코 법이 미비해서, 법을 잘못 만들어서 생긴 일이 아니다. 제조자가 화학물질을 포함하는 제품의 안전성을 입증해야 제품이 시중에 나올 수 있는 구조가 되도록 해야 한다.
남은 후속 조치는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나.
피해자들이 구제받는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를 받지 않는 게 중요하다. 1차적으로 그분들이야말로 억울한 죽음과 억울한 피해를 본 분들이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구제받는 과정조차도 또 다른 피해를 줄 우려가 있어 보인다. 억울한 죽음, 상실을 같이 뉘우쳐야 하고 그 속에서 연대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피해를 본 분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주는 것 만큼은 없어야 한다. 또 우리 사회가 잘못해서 그런 억울한 죽음을 발생시켰기 때문에 옥시의 돈으로 덮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옥시의 돈으로 가습기 참사를 덮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