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지방흡입술을 받고 복벽과 소장에 구멍이 뚫리는 등 피해를 입은 중국인에게 병원이 2억1000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5부(재판장 김종원)는 중국인 A씨가 V 성형외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성형외과 운영자 이모씨는 2억1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시술을 진행한 의사 권모씨에 대해서도 의료사고 과실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물었다.
재판부는 V 성형외과에서 지출한 치료비 3800만원과 의료상 과실로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진 뒤 받은 치료비 76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위자료는 1억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2억여원 가운데 의사 권씨는 7600여만원에 대해 성형외과와 공동해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는 시술 전 특별히 복통 등의 증상을 호소한 바 없다"며 "의사 권씨가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원고의 복벽과 소장에 구멍이 뚫리게 했다. 시술상 과실로 A씨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는 여러 차례 출산 경험이 있다. 과거 받은 지방흡입술과 지방이식술이 손해 확대에 기여했다"면서 "해당 시술은 치료가 아닌 미용 목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며 권씨의 손해배상책임을 70%로 제한했다.
A씨는 2014년 9월15일 지방흡입술을 받기 위해 V 성형외과에 왔다. 3명의 자녀를 출산한 경험이 있고 2013년 중국에서 복부지방흡입술과 지방이식술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의사 권씨는 "여러 차례 출산 경험이 있어 복벽이 약해진 상태"라며 "과거 받은 복부지방흡입술로 인해 피하지방과 복막 등에 해부학적 구조 변화 등이 있다. 복벽성형술도 함께 받아야 한다"고 권유했다. 하지만 A씨는 이를 거부하고 지방흡입술만 받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시술 다음날인 16일 A씨가 복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A씨는 18일 밤부터 복통이 극심해져 19일 새벽 강남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졌다. 곧바로 개복술을 시행한 세브란스 의료진은 소장에 천공 두 곳을 발견했고, 심한 복막염이라고 진단했다. A씨는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이어간 A씨는 9월29일쯤 1인실로 옮겨져 안정세에 들어갔다. 세브란스 측은 10월30일 절개 부위 등 상처를 덮기 위한 피부이식술을 했다. A씨는 11월8일 퇴원했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뉴스토마토 DB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