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이태원 살인사건' 진범으로 지목된 아더 존 패터슨(37)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시간은 1997년 4월3일 22시05분에 영원히 멈췄다"고 말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윤준)는 13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패터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패터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대로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정황을 비춰볼 때 에드워드 리가 범행 목격자로서 한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면서 "패터슨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리가 패터슨에게 '아무나 찔러봐'라고 말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리 진술에 따르더라도 리는 패터슨이 여러 차례 찌르는 것을 보면서 제지하거나 피해자 보호를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원심 대로 리와 패터슨이 범행을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패터슨은 별다른 이유 없이 무고한 피해자를 참혹하게 살해했다"며 "범행 이후 20년 가까운 오랜 세월 동안 피해자와 유족들이 입은 피해를 회복시키기 위한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징역 20년의 형은 적정하다고 말했다.
또 재판부는 "피해자의 시간은 1997년 4월3일 22시05분에 영원히 멈췄다. 피해자는 칼로 양쪽 가슴 등을 찔렸고 사망 과정서 극심한 고통을 느꼈을 게 분명하다"며 "피해자 가족은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피해자가 없다는 가슴 아픈 현실로 끊임없는 고통 속에서 지냈을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패터슨은 1997년 4월3일 서울 이태원에 있는 한 햄버거집 화장실에서 고 조중필(당시 22세)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지난 2011년 11월 기소됐다.
사건 발생 19년 만인 지난 1월 1심은 범행 현장에 함께 있었던 리와 패터슨을 공범으로 판단하고 패터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징역 20년은 범행 다시 만 18세 미만의 소년이었던 패터슨에게 선고될 수 있는 법정최고형이었다.
지난해 9월23일 사건 발생 18년 만에 한국으로 송환된 패터슨은 첫 공판준비기일부터 항소심 공판까지 무죄를 주장했다. 또 진범으로 지목됐다가 무죄로 풀려난 에드워드 리가 진범이라고 주장하며 "나는 희생양"이라고 법정에서 주장했다.
리는 1심에서 무기징역, 2심에서 20년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에서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확정 받았다. 리와 함께 구속 기속된 패터슨은 당시 증거인멸 혐의 등으로 장기 1년 6개월, 단기 1년을 선고받아 복역하다 2011년 8월15일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피해자 유족은 패터슨이 사면으로 풀려난 그해 11월 그를 살인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패터슨은 이듬해 8월 미국으로 출국했다. 검찰은 2000년과 2002년 2차례에 걸쳐 미국에 수사공조를 요청했고, 2002년 10월 패터슨에 대한 기소중지를 결정했다.
미국 검찰은 2011년 5월 패터슨을 검거해 범죄인 인도 재판에 넘겼다. 2012년 10월 미국 법원은 패터슨을 한국으로 송환하기로 결정했고, 패터슨은 2015년 9월23일 사건 발생 18년 만에 사건의 진범으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법정에 섰다.
한편 패터슨 측 변호인 오병주 변호사는 항소심 선고 후 "10번의 거짓말 탐지기에서 거짓반응이 나온 진범을 대신해 10번 모두 진실반응이 나온 패터슨을 살인범으로 실형을 살린다고 해서 피해자를 위로하거나 사법정의를 세울 수는 없다"면서 "대법원에 상고해 사법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이태원 살인사건' 피고인 패터슨이 지난해 9월23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