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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반등 움직임에도 해외건설 수주 아직 먼 얘기
배럴당 70달러선 회복해야 산유국 발주 재개
입력 : 2016-10-09 오전 11:00:00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와 미국의 원유 재고 감소 등으로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해외수주를 기다리는 건설사들의 표정은 밝지 못하다. 그동안 저유가로 인해 국가 재정 적자가 심화된 중동 등 산유국들이 여전히 대규모 발주를 미루고 있어서다. 다만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미청구공사 채권이나 공사미수금의 회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5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1.14달러(2.3%) 급등한 49.83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약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런던ICE 선물거래소의 북해산 브렌트유도 전일 대비 배럴당 0.99달러 오른 51.86달러를 나타냈다. 두바이 현물유가 역시 전날보다 1.00달러 상승한 48.83달러에 마감됐다.
 
이같은 국제유가 반등 움직임은 미국의 원유 재고 감소와 OPEC의 감산 합의 기대감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외 연구기관에서는 내년 국제유가가 50달러대 초중반, 2018년 이후 60달러 이상으로 유지될 것이란 전망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그동안 저유가로 인해 부진한 해외수주를 기록했던 건설사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해외수주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동 등 산유국들의 재정 상황이 나아져야 각종 인프라를 비롯해 석유화학플랜트 등 고가의 해외수주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 건설사의 해외 신규수주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6.5% 감소해 절반 수준으로 꺾였다. 현재 대형사 몇 곳이 막바지 수주협상을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대비 연간 30% 이상 해외수주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최근 국제 유가 반등 소식에도 주요 건설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반등 소식은 기쁜 일이지만 산유국들이 발주를 할 정도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저유가 현상이 1년 넘게 지속되면서 중동 국가 등 산유국들의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들이 발주 움직임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배럴당 70달러선을 회복해야 한다. 앞으로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해외수주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는 국내 주택시장 수익으로 해외수주 부진을 메우는 게 가능했지만 내년부터는 주택 시장 전망도 불확실하다"며 "업계에서는 앞으로 2~3년이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사업에 있어 가장 고비가 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부채축소를 위해 690억달러 규모의 정부사업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이중 30%에 달하는 200억달러 규모의 사업이 취소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취소되는 사업 대부분은 토목공사 등이 수반되는 국가 인프라 사업이나 원유를 정제하는 석유화학플랜트 사업이다.
 
기존 계약대금의 지급 연기나 건설계약금을 낮춰달라는 요구 또한 여전한 상황이다. 저유가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 등 일부 국가에서는 진행 중인 공사가 중단되고,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국제 유가 반등으로 산유국 재정에 숨통이 트이면서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한 미청구공사 채권이나 공사미수금의 회수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유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정확한 감산량은 다음달 회의 결과를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당장 신규 수주에 대한 기대감 보다는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건설사들이 이란 시장에 큰 기대감을 갖고 있지만 공사 대금 결제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하기 때문에 올 연말까지는 본격적인 수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산유국들의 본격적인 발주 움직임을 기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현대건설이 지은 사우디 알사나빌 380kV 변전소의 모습. 사진/현대건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최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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