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면서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를 비롯해 수도권 주요 분양시장에서는 연일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입주물량이 계속 증가할 경우 공급과잉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특히 향후 2~3년 내 많은 공급물량이 예정돼 있는 경상도와 충청도가 과잉공급 우려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10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부동산114 통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2012년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 대비 1만4640가구 늘어난 28만1706가구가 입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입주물량 증가세는 향후 2년간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지난해와 올해 주택시장 호황에 힘입어 각 건설사들이 쏟아낸 물량이 2017년과 2018년 입주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시장과 연구기관에서는 2017~2018년 2년 동안 총 70만가구가 넘는 아파트 물량이 입주 시기를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입주물량에 비해 약 10% 정도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단독주택과 다세대주택까지 포함할 경우 2년간 100만가구가 시장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로는 경상북도의 공급과잉 현상이 가장 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부터 2018년까지 3년간 경북 지역에서는 2000년대 연평균 입주물량에 비해 2만7253가구가 추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는 2000년대 연평균 입주물량의 2.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어 충남이 2.3배로 많았으며 경남(1.9배), 충북(1.9배), 세종(1.3배), 대구(1.1배) 순으로 입주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서울, 대전, 인천, 부산, 광주, 전북, 울산은 향후 2000년대 연평균 대비 입주물량이 감소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지난 2008년 입주대란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2008년 당시 공급과잉 여파로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이전에 비해 2~3배 급증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역전세난이 발생하기도 했다.
입주물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면 입주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게 되고, 이는 주택 가격 폭락과 건설사의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부동산시장과 건설 산업 모두 침체에 빠지게 된다.
올 1분기와 2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은 각각 9.6%, 10.6%로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특히 2분기 국내 경제성장의 건설투자 기여율은 51.5%로 지난 20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경제성장의 절반 이상이 건설투자에서 비롯됐다는 의미다. 이는 건설과 부동산의 침체가 한국 경제 침체로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엄근용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018년까지 과잉공급으로 인한 미입주, 역전세난 등의 문제가 우려된다"며 "선제적으로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수요량의 조절과 집단대출의 고정금리 전환 유도 등 과잉공급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요 분양시장의 뜨거운 열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입주물량이 꾸준히 늘면서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아파트로 뺵빽한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