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국내 저가항공사(LCC)들이 출혈경쟁을 멈추고 안정적 수익 마련을 위한 기반 다지기에 나섰다.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치킨게임을 멈춘 대신 차별화 전략과 수익구조 다변화 등을 통해 저마다의 생존력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진에어를 시작으로 오는 30일
제주항공(089590)까지 두 달 새 5곳의 LCC들이 국내선 운임료를 5~11% 인상키로 결정했다. 인상에 참여한 업체는 앞선 두 곳을 비롯해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등이다.
진에어가 인건비 및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6년 만에 운임료를 올렸을 때만 해도 다른 LCC 동참에 대한 전망은 비관적이었다. LCC 최대 경쟁력이 낮은 운임료로 꼽히는 만큼 수요 이탈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머지 LCC들의 가격인상 행보가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올해 역시 2~3개의 신규 LCC 출범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출혈경쟁은 무모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신 수익구조 다변화를 통해 안정감을 더하고, 차별화 전략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모은다는 전략이다.
가격 출혈경쟁을 멈추고 잇따라 기본 운임료 인상에 나선 국내 LCC들이 수익 구조 다변화와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진에어, 제주에어, 에어서울, 이스타항공 항공기. 사진/각 사
지난해 장거리 노선을 특화하며 차별화 전략을 펼친 진에어는 올해 일본과 동남아 중심으로 노선을 재편하며 수익성 제고에 나선다. LCC로는 드물게 중형기(B777-200ER)에는 기존 일반석보다 앞뒤 간격이 15cm가량 넓은 중간좌석 '지니플러스 시트'를 유료로 제공한다. 여기에 최근 모회사인
대한항공(003490)과의 공동 노선을 16개에서 19개로 확대해 판매망 역시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제주항공(089590)은 올해 LCC 가운데 최대 규모인 6대의 신규 항공기를 도입하는 한편, 기내 유상판매 제도 '에어카페'에 힘을 싣는다. 기내 판매 제품군 내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더욱 확대해 항공료 외 수익선을 확보하겠다는 것.
기내식 무상제공과 기업 우대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여타 LCC들이 고전하던 김포~부산 노선을 흑자 노선으로 탈바꿈시키며 업계 3위를 유지 중인 에어부산은 지자체와의 협력을 강화한다. 지난해 일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관승 관광객 유치 지원 프로그램을 다음달부터 동남아 지역 관광객으로까지 확대한다.
이스타항공은 국내는 물론 해외 관광객에게도 인기 여행지인 제주도에서 제휴 이벤트를 실시한다. 제주 맛집앱서비스 '제주패스맛집' 제휴 400여개 가맹점에서 최대 90%의 할인을 제공해 수요를 끌어모은다는 전략이다. 기존 고객들에게 선호도가 높았던 기내 편의점의 판매 물품 역시 확대해 나간다.
이밖에 일본노선 특화 전략을 구사하던 에어서울은 올해 항공기 추가 도입을 통해 동남아 노선을 확충, 한정된 수요 공략에서 오는 리스크를 최소화시킬 계획이다.
LCC 업계 관계자는 "LCC 도입 초기만 해도 수요 확보를 위해 출혈경쟁이 불가피했지만 최근 고공성장을 유지해온 데다 가격 외의 경쟁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하나둘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