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대한항공(003490)이 역대급 실적에도 어수선한 주주총회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순손실 규모를 줄이지 못해 주주 배당 전망이 어두운 데다, 조종사노조가 총회 당일 파업과 집회를 예고하면서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4일 제55기 정기주총을 앞둔 대한항공은 올해 역시 주주배당에 대한 비관론이 짙어지는 흐름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지속된 저유가 기조와 여행수요 증가에 힘입어 전년 대비 26.9% 증가한 1조1208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도 잠시, 한진해운 지원 등에 따른 대규모 손실로 결국 마이너스로 한 해를 마감했다.
지난해 주총에서 지창훈 당시 대한항공 사장은 "결손금을 최대한 빨리 해소해 내년에는 배당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성난 주주들을 달랬지만, 5568억원의 순손실로 전년(5630억원)보다 사정이 나아지지 않은 만큼 6년 만의 배당 재개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5년간 이어진 장기 무배당 정책에 주주들 불만이 커진 상황에서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 계열사 지원을 통한 손실로 재차 무배당 기조를 유지할 경우 주주들의 불만이 폭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노사 갈등을 매듭짓지 못한채 주주총회를 맞는 대한항공이 6년째 무배당 전망까지 더해지며 어수선한 총회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3월 제54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종사노조와의 갈등도 총회장의 긴장감을 고조시킬 요소로 꼽힌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총회 당일 파업 돌입과 총회장 앞 집회를 예고하며 사측을 압박했다. 지난해에도 노사 간극을 좁히지 못해 소란스러운 총회를 겪었던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앞서 이규남 조종사노조위원장은 지난해 총회장에서 재무재표 승인 안건에 이의를 제기하다 직원들에게 제지당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 위원장을 비롯해 일부 주주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분위기는 극도로 어수선해졌다.
이는 새로 이륙하는 조원태호에게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 관계 개선과 소통 이미지 부각에 힘을 실어온 조원태 사장이 처음으로 주도하는 총회에서 지난해와 같은 소란 사태를 겪는다면 주주들에게 경영진 교체 이후에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인상을 남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