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업황 호조에 역대급 실적 행진을 이어온 화학업계가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규모의 경제 논리를 따르는 업종 특성상 설비 증설에 주력하면서도, 사업 다각화 및 원료 다변화를 통해 업황 둔화를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지속한 화학업계는 연이어 나프타분해설비(NCC) 증설에 나서고 있다. 11일 현재 NCC를 보유한 국내 기업 6곳 가운데 4곳이 증설계획을 밝힌 상태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마진 강세에 호황을 누려온 만큼 생산력 확대로 슈퍼사이클 효과를 극대화 시키기 위함이다.
하지만 2분기부터 시작된 정제 마진 하락 조짐을 비롯해 미국이 신규 에탄분해시설(ECC)을 순차적으로 가동함에 따라 과잉공급에 대한 위기감이 커졌다. 국내 주요기업을 비롯해 글로벌 화학사들이 줄줄이 설비 증설에 나선 상황에서 북미 셰일가스를 이용한 에탄분해시설에서 연산 550만톤 규모의 에틸렌이 내년부터 시장에 쏟아지면 업황이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업황 호조에 힘입어 NCC 증설에 나선 석유화학사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원료 다변화 및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사진/한화케미칼
이를 잘 알고 있는 업계 역시 전적으로 증설에 의존하지 않고 다변화 전략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기초소재 분야 비중이 큰 롯데케미칼과 한화토탈이 국내 증설 중인 시설에 나프타가 아닌 프로판가스를 투입해 원료 다변화를 통한 원가경쟁력을 꾀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종합화학 기업인 LG화학이 배터리 사업 비중을 키우는 것과 한화케미칼이 수입처 거래선 다변화 및 면세사업 분야에 무게를 싣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양한 분야에 발을 걸친 포트포리오를 활용해 사업구조 자체를 다변화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 지역 에틸렌 생산 확대가 당장 업황 둔화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지만 장치산업인 석유화학업종이 업황에 희비가 크게 교차하는 만큼 현재 호황 속에도 각 사별로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