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새정부 출범과 함께 친환경에 초점을 맞춘 에너지세제개편 논의가 시작됐다. 경유세로 대표되는 수송용 보다는 발전용 에너지 증세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새 정부의 미세먼지 정책에 궁지에 몰렸던 정유사로선 숨통이 트일 지원군이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최하고 사회갈등해소센터, 세계맑은공기연맹이 주관한 '미세먼지, 이대로는 안된다: 에너지세제개편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정책토론회에서는 오염 완화를 위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 각 에너지원간 조세를 차등적으로 부과하는 선진국에 반해, 석탄 사용을 확대하는데 기여 중인 현행 세제에 균형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2030년까지 경유차 완전 퇴출'의 일환으로 세금 인상을 고려 중인 경유를 비롯한 수송용 연료보다는 8%에 불과한 세율이 적용 중인 발전용 세재 개편이 필요하는 주장이다.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초미세먼지(PM2.5) 배출 기여도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사업장(41%)이며 건설기계(17%), 발전소(14%) 순"이라며 "경유차는 경우 전체 배출량의 11% 정도만 차지하는 데다 일반 차량이 아닌 대형트럭과 노후차량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경유세 인상안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가운데 수송용보다는 발전용 세제 개편이 선결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4월 19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미세먼지 주범 신규 석탄발전소 승인 강행에 대한 감사원 감사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가뜩이나 전체 에너지 세제의 88%가 수송용에 집중된 상황에서 추가 인상으로 사용자들의 부담을 더하는 것이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경유차 중 미세먼지 배출 기여도가 높은 대형 화물차 및 버스에 유류세연동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유세를 높인다고 사업용 화물차와 버스의 운행 저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류세연동보조금은 지난 2001년 실시된 1차 에너지세제개편에 따라 당시 유류세를 기준으로 인상액에 해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하는 제도다.
실제로 한국리서치와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세먼지 대책으로 화력발전소 신규건설 억제 및 노후 화력발전소 폐쇄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응답자의 87.4%가 찬성한 반면, 경유세 인상에 대해서는 반대가 59.8%로 더 많았다.
이종수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2차에너지(전기, 도시가스 등) 가격이 저렴할 만큼 유류에 과세가 편중돼 있지만, 가스와 전기요금에는 정부가 산업용 에너지 보호라는 명목으로 가격결정에 직접 개입해 왜곡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세먼지 2차 생성량을 고려하지 않아 부정확성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되는 국내 배출 통계의 신뢰성도 문제다. 미세먼지 배출량은 직접 배출량과 2차 생성량으로 나뉜다. 생성비중은 1:2로 2차 생성량이 더 많다.
이는 휘발유와 경유간 미세먼지 배출량에 큰 차이가 없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 북미·유럽 등의 해외 통계 및 분석 자료와 달리 국내 통계가 유독 경유차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모는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 교수는 "미세먼지 배출 원인을 두고 논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 역시 정확한 통계가 없기 때문"이라며 "정확한 통계 기준 마련이 오염 기여도에 따른 에너지 과세 형평성을 위한 선결 과제"라고 제언했다.
이를 두고 오는 8월 휘발유와 경유, LPG 등 수송용 에너지의 상대 가격비 조정을 골자로 하는 3차 에너지세제개편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정유업계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35년만의 사용 규제 완화 조짐에 들뜬 LPG업계에 반해 최근 주춤한 정제마진과 친환경 에너지정책을 앞세워 경유세 인상 초읽기에 들어간 정부 움직임에 적잖은 부담을 느껴왔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세먼지 배출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석탄 발전 등에는 산업용이란 이유로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소수 특정 차종이 문제가 되는 경유 부문 세금 인상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아쉽다"며 "경유세 인상이 이뤄진다고 해도 배출 기준에 따라 유류세를 차종별·연식별로 차등 부과하는 등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