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하게 이어져온 LPG 규제 완화 문제가 지난 26일 '액화석유가스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상임위 통과로 일단 매듭이 지어졌다. 실로 오랜만에 이뤄진 규제 완화라는 점에서 LPG 업계는 물론, 선택폭이 넓어진 소비자들도 모두 환영에 나서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빈수레가 요란하다고, 잔뜩 기대만 부풀려놓고 달라질 게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7인승 레저용 차량(RV)으로 국한됐던 일반인 구매 가능 LPG 차량 범위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5인승 RV까지 확대됐다. 그런데, 현재 국내 시판 중인 5인승 RV 중 LPG 차량은 단 한 종도 없다. LPG차량 규제 완화가 이슈로 떠오른 것은 미세먼지 오염원으로 경유차가 지목되면서 부터다. 경유차에 비해 미세먼지 배출량이 절대적으로 적은 LPG차량이 대안으로 급부상했고, 규제에 묶여 수요 확대는 커녕, 등록 대수가 급감하던 LPG 차량에도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환경부 등 정부부처를 비롯해 각 업계 및 학회는 'LPG연료 사용제한 제도개선 TF'를 구성해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규제 완화 범위 선정에 돌입했다. TF는 당초 올 상반기 내 결론을 도출하기로 했지만 5인승 이하 RV 한정안을 비롯해 RV 및 배기량 1600~2000cc 미만 승용차, 전 차종까지 포함하는 규제 완화안을 두고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환경성과 수급 안정성을 이유로 산업부가 모호한 태토를 취해 온 결과였다. 결국 산업부는 국책 연구원 환경성 검토와 새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끝난 시점에야 LPG의 경제적 수급을 문제로 5인승 이하 RV까지만 완화하겠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곧바로 비난이 쏟아졌다. "이게 무슨 규제완화냐"는 것이다. 실제 완화 확대 범위 안에는 구매할 수 있는 차가 아예 없는데다, 완성차 업체가 곧바로 개발에 착수한다 해도 출시까지 최소 2년 이상은 소요된다. 또 완화 범위를 제한한 근거로 꼽았던 '수급능력의 한계' 역시 국내 LPG 수입사의 공급능력과 재고 수준을 놓고 봤을 때 설득력이 매우 떨어진다. 수급능력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은 지난 5월 TF회의에서도 확인된 것이다.
그래서 이날 국회 산자위 전체 회의에서는 "개정 법률안이 국민들에게 속임수를 쓰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시중에 있지도 않은 차종을 규제 완화 범위에 포함시키고 규제가 완화됐다고 주장하는 '눈 가리고 아웅'식 행정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날 여야 의원들의 뭇매를 맞으며 진땀을 뺀 산업부는 뒤늦게야 실효성에 무게를 실을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정 현안에 대한 정부의 정책은 그 본질상 모두를 만족시키는 게 불가능하다. 그래도 오랜 논의 끝에 내놓은 정책이라면 단 한 측면이라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35년을 기다린 이번 LPG 규제 완화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었다. 오로지 "그래도 뭔가 했다"는 공무원들의 '생색내기'만 있었다.
정기종 산업1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