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정유업계가 주춤했던 2분기를 딛고 또 한 번 실적행진을 노린다. 타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두둑한 연봉에 추석 상여금도 두터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별도의 명절 상여금을 지급하는 곳은 단 1곳에 불과했다.
25일 국내 정유4사에 따르면 이달 30일부터 시작되는 올 추석 연휴에 맞춰 상여금을 지급하는 곳은 현대오일뱅크 뿐이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S-Oil 등은 별도의 명절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설과 추석에 각각 기본급의 100%에 해당하는 금액을 명절 상여금으로 지급한다. 경영 상황에 맞춘 보너스 형태가 아닌 임금계약에 명시된 고정 형태의 상여금이다.
한 해 연봉을 20등분해 12개월 동안 분할 지급하는 GS칼텍스는 이달 연봉의 20분의 2를 지급했지만, 통상적인 연봉 분배에 따른 것이지 추석에 따른 조치는 아니다. 업계 맏형인 SK이노베이션과 S-Oil 역시 명절 상여금 성격의 보너스는 지급되지 않고 있다.
국내 정유4사 가운데 올 추석 연휴 상여금을 지급하는 곳은 현대오일뱅크가 유일했다. 정유사들은 별도의 상여금 보다는 연간 실적을 기준으로 한 성과급 지급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사진/뉴시스
정유업계는 국내 산업계에서 최고 수준의 임금을 자랑해왔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정유업종의 평균 연봉은 1억594만원 수준으로, 직원 평균 연봉 및 시급 상위 10개 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액수를 기록했다. 2위인 증권업(8893만원)과 2000만원 가까이 격차가 난다.
특히 지난해 정유업계가 8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역대급 실적에 따른 보상 차원에서 연초 줄줄이 성과급 잔치를 벌였던 만큼 명절 상여금 규모에도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눈에 띄는 기업은 없는 상태다. 업계는 이를 두고 한 해 실적을 바탕으로 연간 성과급에 주력하는 정유업계 특성에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체계를 갖추고 있는 만큼 별도의 상여금을 지급하기보다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연간 실적을 기반으로 한 성과급으로 포상 및 동기부여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현대오일뱅크와 각 사별 일부 특별 포상금을 제외하면 국내 정유업계가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상여금은 연간 성과급이 유일하다. 국내 정유사들이 올 상반기에만 직원 1인당 평균 보수로 4300만~7180만원의 보수를 지급할 수 있던 이유 역시 지난해 성과급이 상당 부분 상반기 임금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해당 직원 보수 규모는 국내 전 산업계를 통틀어 최고 수준이다.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기업의 절반 이상(52.6%)이 지급하는 명절 상여금 없이도 여유로운 표정이다. 정유업계가 국제유가가 급락했던 지난 2분기 실적이 급락하며 잠시 주춤했지만, 하반기 들어 연간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인 정제마진과 살아나는 국제유가에 올해 역시 지난해 못지않은 실적이 전망되면서 기대감도 커졌다. 자연스레 내년 상반기 두둑한 성과급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명절 상여금의 경우 성과급과 달리 각 사별 경영상황과 시기에 따라 지급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지만, 정유사들의 경우 기본적으로 높은 임금에 연간 실적에 따른 보너스로 확실한 보상을 하고 있는 편이라 업계 전반적으로 직원들 불만은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