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땅콩회항' 사태 피해자인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이 업무 복귀 이후 회사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박 사무장은 20일 오후 민주화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부당징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측이 땅콩회항 사건 제보에 대한 사측의 보복에 복직 이후인 지난해 5월 기내 총괄인 라인팀장에서 일반 승무원으로 강등됐다고 주장했다. 회항 사건 당시 박 사무장은 팀장 임무를 수행했다. 박 사무장의 법률대리인인 이영기 변호사는 "대한항공 측의 부당 인사조치는 공익신고자보호법에 저촉될 수 있는 행위"라고 말했다.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이 복직 이후 사측으로 부터 부당징계를 받았다며 20일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항공 측은 부당한 처우는 없었다며 즉각 해명에 나서며 양측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대한항공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박 사무장 직급이 현재도 사무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정해진 방송자격 부재에 따라 라인팀장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론이다. 라인팀장 보임 및 영어 방송 자격은 전 직원에 대해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는 사안인 만큼, 자격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박 사무장에 대한 부당한 처우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라인팀장이 되기 위해서는 '방송A 자격'(한국어 방송시험 90점 이상, 영어 방송시험 90점 이상)을 갖춰야 한다. 박 사무장의 경우 지난 2014년 3월 재평가에서 A 자격을 재취득하지 못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복직 전후로 총 9회에 걸친 응시에도 합격점에 이르지 못했던 박 사무장은 방송A 자격을 취득할 경우 언제든 라인팀장 보직에 임할 수 있다"며 "복직 이전 4차례의 불합격은 제외하고, 이후 5차례 응시만 언급해 회사의 보복 차원으로 비춰지게 한 점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신입 승무원이 주로 맡는 일반석 업무 배치 및 사측이 의도적으로 라인팀장 복귀를 막고 있다는 주장과 관련돼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현재 라인팀장 보임 기본 조건을 모두 갖춘 객실 승무인력 중 약 35%가 해당 보임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기본조건을 갖추지 못한 박 사무장을 팀장으로 보임할 경우 타 직원에 대한 차별에 해당된다는 설명이다.
한편, 박 사무장은 지난 2014년 12월5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 당시 탑승했던 사무장이다. 조 전 부사장은 제공되는 견과류 마카다미아를 사측 매뉴얼대로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발한 여객기를 탑승 게이트로 회항시키고, 박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바 있다. 재벌 3세의 일탈이 알려지면서 이후 법정 공방으로까지 비화됐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