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정부가 불황에 빠진 조선·해운산업을 살리기 위해 신규 선박 발주에 집중한다. 조선산업 수주 부족을 위해서는 2년 동안 5조5000억원 규모의 공공선박 발주를 시행하고, 해운산업의 재건에는 앞으로 3년 동안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비롯해 총 200척 선박 발주를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조선산업 발전전략'과 '해운재건 5개년 계획(2018~2022)을 확정해 발표했다.
정부는 국내 조선산업이 세계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 조선사들의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시황이 회복되는 2022년까지 조선업계의 경쟁력을 키울 계획이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시스템산업정책관은 "글로벌 시황이 점차 회복 중으로 2022년이면 수주량 회복이 기대된다"며 "하지만 그 때까지 공급능력 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조선사들의 구조조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현대·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3사별 자구계획을 이행하면서 시장여건 등을 감안해 중장기적으로 산업은행이 보유중인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을 검토한다.
성동조선해양 회생절차와 STX조선해양 구조조정도 원활히 추진하며 업계 자율의 합종연횡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견조선사를 육성할 방침이다. 중소형 조선사들은 연구개발(R&D)와 설계, 정보통신기술(ICT)를 활용한 물류·건조 시스템을 구축해 수주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이같은 노력에 정부는 친환경으로 사업을 전환시키면서 수주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매년 1~2척씩 액화천연가스(LNG) 연료 관공선을 발주한다. 이와 함께 민간선사의 발주도 동시에 유도해 시장을 늘릴 예정이다. LNG연료선을 포함해 2019년까지 공공선박 40척 발주에 5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최 정책관은 "올해와 내년에 수주 부족이 가장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군함과 경비선 등 공공선박을 기본적으로 국내 조선사를 중심으로 발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같은 대책을 통해 대형사-중소형사-기자재-협력사들이 역할을 분담하고, 상생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11~2015년 전세계 31.7% 수준이던 한국 조선업체들의 수주 비중을 2022년 33%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해운산업 재건에는 선사들의 안정적이고 경쟁력 있는 일감 확보를 위해 신규 수주 발주 지원과 전략화물 국내 선사 활용 등의 내용이 담겼다.
먼저 오는 7월에 설립 예정인 한국해양진흥공사와 기존의 선박 신조지원 프로그램을 통해서 향후 3년간 예상되는 벌크 140척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 20척 등 총 60척 이상의 컨테이너선 등 총 200척 이상의 신조 발주를 지원한다.
총 8조원이 투입되는 선박신조 프로그램에는 해양진흥공사가 3조원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선사들과 민간금융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일감 확보를 위해서는 석탄, 철광석, 석유 등 전략화물 운송시 국적선사를 우선 사용토록 선주와 대형 화주들 간 협력채널을 강화한다. 제도적으로 공공화물 운송에 대한 입찰기준을 최저가 낙찰제에서 종합심사 낙찰제로 전환해 국내 선사의 운송 기회를 늘릴 수 있도록 한다.
화주와 조선소의 상생을 위해서는 선박 건조 자금을 공동으로 투자하는 상생펀드 설립을 추진한다. 펀드 자금으로 선박을 발주하고 선박 이용에 따른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금 형태로 지급하는 구조다.
국적선사의 위기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경영안정도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선사들의 자금부족을 막기 위해 선사의 중고선박을 매입해 주는 세일즈앤리스백(Sales & Lease Back·매입후 재임대) 프로그램을 한국해양진흥공사와 캠코를 통해 폭넓게 제공한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번 계획을 통해 오는 2022년까지 해운산업 매출액 51조원을 달성하고 조선업 경기 회복과 수출입 물류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계획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관계 법령 개정, 해양진흥공사 설립 등 후속절차를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