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정치권이 노동자에 대한 재계의 ‘갑질’ 청산에 나섰다. 최근 불거진 삼성과 대한항공 사태 관련자 엄벌과 함께 노사문화 개선 등 근본적인 처방을 위한 법안 마련에 초당적인 움직임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3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재벌 기업의 노동 갑질 문화 개선을 위한 법안을 의원들과 상의해 준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의당의 삼성 노조와해 의혹 국정조사 촉구에 민주당이 힘을 합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 노조 와해 의혹은 2013년 10월 심 전 대표가 ‘2012년 S그룹 노사전략’이란 제목의 151쪽짜리 문건을 공개하면서 제기됐다. 당시 검찰 수사 결과 이건희 회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노조탄압 정황이 계속 드러나자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했다.
이날 새벽 노조와해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전자 서비스 임원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정책조정회의에서 유감을 표하고 “엄격한 잣대와 더 엄정한 수사, 말단에서 그치지 않고 고위층까지 수사 확대”를 주문했다.
정의당 심상정 전 대표가 지난달 30일 발의한 '삼성그룹의 무노조 경영 청산과 노사관계 개혁 촉구 결의안’도 탄력을 받고 있다. 정의당 의원 6명 전원 및 민중당 김종훈 의원을 포함해 민주당 20명, 민주평화당 3명, 바른미래당 3명, 자유한국당 문진국 의원 등 34명이 이름을 올렸다.
‘땅콩회항’부터 ‘물컵’ 갑질에 이르기까지 총수일가가 갑질로 도마에 오른 한진그룹 역시 정치권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바른당 채이배 의원이 발의한 땅콩회항 방지법(항공사업법 개정안)은 항공사 업무와 직접 관련된 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은 경우 집행종료일로부터 5년 간 항공사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했다. 현재의 민심을 감안하면 공전 중인 국회가 정상화 하는대로 심사를 서두를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지난달 1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3자녀가 전부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면서 “정부는 조양호 일가에 국적기 명예를 계속 부여하는 게 마땅한지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과 대한항공 사태를 계기로 발걸음이 빨라진 정치권의 이런 노력이 재계 전반에 걸친 갑질 근절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재벌중심 경제구조 개혁과 갑질 근절·노동개혁은 동전의 양면”이라면서 “분절된 재벌개혁 대책이 종합적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