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한일어업협정 협상이 양국의 입장차로 2년째 타결 되지않고 있다. 어민들의 피해가 계속 커져가고 있지만 해결은 요원하다. 특히 매년 협정을 갱신해 조업 쿼터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6월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어민들이 조업을 할 수 없게 돼 또 다시 최악의 어획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16년 6월 한일어업협정 협상 결렬 이후 지금까지 십여차례가 넘게 일본과 비공식 접촉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연이은 협상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별 다른 소득 없이 협정은 2년 동안 여전히 결렬 상태다. 최근에도 해수부 관계자들이 일본으로 날아가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타결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한일어업협정은 지금까지 우리가 상대적으로 고가인 갈치를 일본 해역에서 잡는 대신 일본이 선호하는 고등어를 한국 해역에서 조업할 수 있도록 한 구조였다. 물론 조업 대상은 다른 어종도 있다.
하지만 일본의 태도가 최근에 바뀌었다. 일본은 자국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조업하는 우리 갈치잡이 연승 어선을 206척에서 73척으로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수역에서 우리가 잡는 갈치 어획량이 한국 수역에서 일본이 가져가는 어획량(고등어 등 어종)보다 많다는 것이다. 연승 어선은 여러 개의 낚싯바늘을 한 줄에 달아 물고기를 잡는 배를 말한다. 갈치 연승 업계는 주로 제주 지역을 기반으로 일본 EEZ까지 들어가 갈치를 잡고 있다.
하지만 일본 측의 이런 요구는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어선수를 줄이는 것은 어민들의 피해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일본과 협상을 진행하며 타협점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지만 국가 간 협상이라 구체적인 계획과 전략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한일어업협정이 표류하면서 이제는 일본 EEZ에서 고등어를 잡는 대형선망 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대형선망의 경우 2015년 일본 EEZ에서 조업한 고등어 물량이 전체의 9%(약 200억원)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EEZ에서 조업을 아예 하지 못한 작년에는 고등어류 어획량이 10만톤 선에 그쳤다. 작년 고등어 어획 실적은 10만908톤으로 2011년 16만5381톤에서 큰 폭으로 감소했다. 고등어 어획량은 2011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 2013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서는 듯 했지만 한일어업협정 표류 이후 다시 급감했다.
이같은 고등어 어획량 감소는 대표 고등어 어장인 제주 인근 해역에서 고수온과 저수온 현상이 반복돼 어장 자체가 형성되지 않고 있는 이유도 있지만, 일본 EEZ에서의 조업이 막혔던 점도 주요한 이유다.
한창은 수협 대형선망 지도상무는 "예전에 서해안에서 많이 나던 고등어가 이제는 동해로 이동했다"며 "어항에 변경이 생기면 이에 따라 대체 어장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한일어업협정이 타결되지 않아 조업 수역을 넓힐 수 없고, 어민들은 고기를 잡으러 갈 곳이 없다"고 했다. 한 상무는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은 조업 수역에 한계가 있는 한국과 달리 중국 동쪽 바다나 태평양 등의 대체 어장이 있어 협상에서 조급함이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EEZ 수역 조업 의존도는 한국이 일본의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에 따르면 한일어업협정이 결렬되기 전인 2015년 어기 중 일본 해역에서 조업한 한국 어선의 규모는 3만7735톤인데 반해 일본은 3927톤에 불과했다. 그만큼 대체 어장이 넓다는 의미다.
해수부도 이같은 심각성을 인식하고 빠른 협정 타결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영춘 장관은 한일어업협정을 두고 "우리 어민이 10마리를 잡으면 일본 어민들은 1개 밖에 못 잡는 불균형 때문에 일본측은 안하고 싶은 것"이라며 "하지만 통발어선이나 갈치어선 감축 요구는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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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