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한일어업협정 협상 타결이 지연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의 무리한 요구다. 현재 일본은 갈치잡이 연승 언선의 자국 내 입어 척수를 206척에서 73척으로 3분의 1로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로, 이 때문에 2016년 6월 이후 2년 동안 협상이 타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체 어장이 부족한 우리는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의 조업이 절실하다. 반면 일본은 아쉬울 게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위안부 문제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규제 문제 등도 겹치면서 협상 타결이 더욱 지연되고 있다.
한 수산업계 전문가는 "한일어업협정을 조업 부분에서 바라보는 입장도 있지만 바다 주권을 연결한 경제 협정으로 보는 관점도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양국 간 입장차를 단순하게만은 생각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도 "후쿠시마 수산물 관련 일본과의 분쟁과도 한일어업협정이 연계된 문제"라며 "이런 연계성이 있어 협정 타결이 쉽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정부의 협상력 부재로 인한 피해를 어민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김 장관은 지난 협상이 제대로 타결되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협상이 여전히 제자리 걸음에 머물러 있지만 별다른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수산업계는 또한 정부가 이같은 어민들의 피해를 외면하고 규제만 양산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한 대형선망 관계자는 "한일어업협정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조업 수역이 크게 줄었는데 해수부는 오히려 고등어와 갈치 포획 금지 대상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현재 정부나 전문가들은 수산자원량도 정확하게 측정하지 못하는 데다 어획량 감소 원인으로 중국어선, 고수온, 기상 악화 등의 연관성을 모른 채 무조건 어업인의 남획 탓으로 돌리며 손쉬운 규제만 만들어 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업계의 현실적인 요청도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는 모양새다. 한 수산업계 관계자는 "일본 EEZ에서의 조업이 금지된 상황에서 한국 해역은 말 그대로 대체 어장 없는 '갇힌 해역'이고 한정된 자원에서 필요한 것은 어선 감척"이라며 "선망 감척과 지원을 건의했지만 정부가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일어업협정 타결을 촉구하며 대형선망 어선들이 부산 앞바다에서 해상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