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행정안전부가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설계공모 발표를 두고 ‘수용 곤란’ 입장을 밝힌 지 하루만에 ‘협력’하겠다는 갈지(之)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핵심 정부부처로서 같은 현안에 대해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며 무게감만 떨어지게 됐다.
24일 서울시와 행안부에 따르면 양 기관은 이날 오전 광화문광장 조성에 따른 서울청사 기능·관리 문제 해결을 위한 관계자 회의를 갖고 공감대를 확인하며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양 기관은 광장 조성에 따른 행안부 서울청사 일부 건물과 부지 문제를 도시계획과 설계과정에서 조율키로 했으며, 이를 위해 과장급 실무협의체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결론이 날 사안에 대해 불과 하루 전인 23일 오후 4시쯤 행안부는 ‘합의된 바 없다’, ‘수용이 곤란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이 자료를 통해 행안부는 서울시의 국제설계공모작대로라면 서울청사가 공공건물로서 기능을 상실케 되며, 정상적인 운영·관리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보도자료를 토대로 일부 언론에서는 곧바로 ‘행안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반대’, ‘첫 날부터 삐걱’, ‘대선 기싸움 시작’ 등으로 보도했다. 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급기야 행안부는 오후 6시쯤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해명자료에서 행안부는 “서울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청사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향후 서울시와 적극적인 협의를 해 나가겠다는 취지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러한 촌극은 행안부가 서울시와 내부조율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을 섣불리 보도자료까지 배포해서 벌어진 일이라는 해석이다. 광화문광장 공모는 지난 18일 심사를 끝내고 21일에야 외부로 발표했으며, 당선작이 세부내용을 확정짓는 것이 아니라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과정에서 시민 의견은 물론 관련기관 의견 수렴과정을 당연히 거친다. 예를 들어 당선작은 이순신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의 이전을 전제로 하고 잇지만, 서울시에서 발표 당시부터 공론화과정을 거치겠다고 안내하며 오해를 차단했다.
앞서 서울시는 문화재청과 지난해 4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대한 기본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계획 역시 최근까지 논의됐다. 행안부와 서울시는 지난해 4월 이후 최근까지 ‘합의’는 아니어도 ‘협의’는 진행한 셈이다. 서울청사 활용계획 역시 추후 협의해 충분히 해결할 일을 외부에 노출해 불필요한 잡음만 만들었다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게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행안부와 서울시가 먼 기관도 아니고 협의해 해결할 수 잇는 일을 보도자료에 해명자료까지 배포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으로 서울청사가 영향을 받게 되는 부분은 최종 확정안이 아닌 만큼 연말까지 진행되는 실시설계 과정에서 양 기관이 대화해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서울시가 발표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모 당선작의 투시도.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