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지난 1974~1976년 ‘청우회 사건’ 등으로 복역한 뒤 2014년 10월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부영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과 고 성유보 전 동아일보 기자, 정정봉씨 등 본인과 가족 및 유족들이 국가로부터 정신적 손해배상을 받게 됐다.
소송 과정에서 과거사 배상 소멸시효를 정한 민주화보상법이 위헌 판결을 받은 데 따라 향후 유사 사건 피해자들의 추가 민사 소송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재판장 문혜정)는 지난 19일 이 전 상임고문과 정씨 및 이들의 가족과 고 성 전 기자의 유족 등 15명이 2015년 8월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약 3년 반 만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심의위원회’의 생활지원금 지급결정에 동의하고 이를 수령했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이 이 사건 소로써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함에 어떠한 장애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어떠한 장애’를 제거하기까지는 지난한 여정을 거쳤다. 민주화운동 관련 피해에 대해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신청인이 동의한 때에는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 ‘민주화보상법(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때문이다. 이 전 상임고문은 2013년 11월 생활지원금 5000만 원을, 정씨는 2015년 5월 2600여만 원을 지급받은 바 있다. 이에 정부는 ‘재판상 화해’가 성립했다고 항변한 것이다.
이 전 상임고문 등 원고들은 2016년 위헌심판제청을 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8월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입은 피해’ 중 불법행위로 인한 ‘적극적·소극적 손해’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나, ‘정신적 손해’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에 근거해 “민주화보상법에서 규정한 피해 중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은 그 효력을 상실했다고 할 것”이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 전 상임고문은 1975년 동아일보 해직기자로서 긴급조치9호를 비방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표현물을 소지·교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어 같은 해 성 전 기자 및 정씨와 함게 모택동 식 인민민주주의를 표방한 사회주의 국가건설을 목적으로 청우회를 조직하고 활동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병합심리가 이뤄진 항소심에서 이 전 상임고문은 징역 2년6월을, 정씨는 징역 1년6월을, 성 전 기자는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이 사건은 2011년 7월 과거사 재심대상판결이 됐고, 2014년 10월 마침내 무죄 선고를 받아 2015년 5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에 본인 및 상속관계의 가족과 유족들이 △체포·구속 과정의 위법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 침해 △수사기관의 가혹행위 등을 통한 자백의 확보 △공판절차와 형사판결 및 형 집행의 위법 및 기타 불이익을 들어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이부영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이 2015년 2월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정계은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