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유력한 검찰총장 후보자였던 봉욱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사의를 밝혔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사법연수원 23기)이 지난 17일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후 함께 추천된 후보자 중에는 첫 사의다.
봉 차장은 20일 검찰 내부 통신망에 자필로 쓴 <사직인사. 작별할 시간이 되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마음으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검찰가족분들께 작별인사 드릴 시간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노련한 사공이 험한 바다를 헤쳐 나가 듯, 세찬 변화와 개혁의 물결 속에서 '공정하고 바른 국민의 검찰'로 새롭게 발돋움 하실 것을 믿는다"고 후배 검사들에게 당부했다.
봉 차장은 사법연수원 19기로 대검 정책기획과장, 대검 공안기획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법무부 인권국장, 울산지검장, 서울동부지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국내 검사 최초로 예일대 로스쿨 방문학자로 연수한 경험을 살려 책을 펴냈다. 2017년 5월 대검 차장검사로 임명돼 문무일 검찰총장을 보좌했으며, 최근 열린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추천됐다.
봉 차장의 사의는 예상됐던 일이다. 후배가 검찰총장으로 지명되면 '후배들을 위한 용퇴'를 결심하는 검찰 문화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봉 차장이 사의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검찰 내부는 어수선하다. 윤 후보자 사법연수원 동기인 23기 이상 검사장과 고검장들의 줄사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서다. 청와대가 윤 지검장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한 다음날 송인택 울산지검장(21기)이 총장임명 진행상황 등을 보고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검사장급 이상 현직 검사중 윤 후보자의 선배는 고검장급 8명을 포함해 총 21명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자와 동기 검사장들은 10명이다. 복수의 검찰 고위 간부들에 따르면, 윤 후보자는 1960년생으로 동기들 중 맏형이다. 때문에 23기 동기들 중에는 윤 후보자의 검찰총장 취임으로 사퇴하는 인원이 많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월1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9년 여성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봉욱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