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하늘 높이 솟아 있는 설비들. 층고 14m를 꽉 채운 물류 창고에서 셔틀 유닛은 빠르게 제품을 분류했다. 톱니바퀴 돌아가듯 소리를 내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는 제품이 옮겨졌다. 상품은 제 갈 길을 아는 듯 작업자에게 보내졌다. 각 층에서 분류와 포장을 마친 상품은 1층으로 집결했다. 작업자의 최종 확인을 마친 상품들은 배송 차에 실려 출하 준비를 마쳤다.
SSG닷컴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 현장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25일 경기 김포시 고촌읍 SSG닷컴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NE.O 002)'. SSG닷컴은 새벽배송 전쟁의 전초기지인 이곳을 발판으로 이커머스 시장을 평정하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최우정 SSG닷컴 대표이사는 “자동화 설비를 갖춘 최첨단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통해 배송 효율을 더욱 높여 온라인 배송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포 센터(NE.O 002)는 지하 1층, 지상 5층, 연면적 4만3688㎡ 규모다. 이 거대한 센터가 시간당 처리하는 주문 건수는 약 2000여개, 2초당 한 건의 주문을 처리한다. 가공 식품의 경우 40분이면 모든 배송 준비를 마친다.
SSG닷컴 온라인 전용 물류 센터 '네오'에서 작업을 하는 모습 . 사진/뉴스토마토
SSG닷컴이 이처럼 획기적인 물류 시스템이 가능한 이유는 주문에서 배송까지 80%를 자동화 설비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SSG닷컴은 자체 소프트웨어 기술을 적용해 중앙 관제시스템(ECMS)을 고안해냈다. ECMS는 해당 차수에 나갈 배송 박스 총 숫자를 최적의 방법으로 계산해 작업을 배정한다. 322개의 최첨단 고속 셔틀은 배정 순서에 따라 상품을 준비해 1층 배송센터로 전달하는 식이다. 최 대표이사는 "배송 속도는 운송 수단과는 큰 차이가 없고, 출하를 얼마나 빨리하느냐에 달려있다"라며 "저희가 실험했던 시스템은 대량의 주문이 들어와도 고른 속도로 똑같은 배송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중앙 관제 시스템은 구체적으로 3개의 최첨단 물류 시스템으로 운용된다. 우선 상품이 작업자를 알아서 찾아오는 ‘GTP(Goods To Person) 시스템’으로 분류 속도를 높였다. GTP 시스템은 셔틀 유닛을 통해 재고 창고에서 상품을 분당 200m 속도로 꺼내 작업자에게 보낸다. 작업자가 물건을 찾으러 갈 필요 없다. 자동으로 온 상품의 정보와 수량 확인 후 버튼을 누르면 레일을 따라 고객 배송 바구니에 담긴다.
고객 구매 빈도가 높은 상품들은 'DPS(Digital Picking System)'를 통해 더욱 빠르게 바구니에 담긴다. 디지털 표시기의 램프가 점등되면, 작업자는 라면이나 즉석밥 등의 상품을 배송 바구니에 집어넣기만 하면 된다.
콜드 체인 시스템이 적용된 '네오'의 'WET 작업장'. 사진/뉴스토마토
'콜드 체인 시스템' 역시 SSG닷컴 새벽배송의 핵심 설비다. 배송 상품의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소인 이유에서다. 김포 센터에서는 3층 신선식품 및 냉장·냉동 상품전용 'WET 작업장'을 따로 만들었다. 이곳에선 영상 8도로 신선식품의 품질을 최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배송 및 분류 과정을 거친다. 이외에도 상품 입고부터 보관, 이동, 배송까지 전 과정에서 영상 10도로 배송 상품이 관리된다. 이밖에도 김포 센터에는 제품의 무게로 오배송을 확인하는 등의 첨단 물류 시스템이 적용됐다.
SSG닷컴은 이 같은 설비를 바탕으로 27일부터 본격적으로 ‘새벽배송’을 시행한다. 배송 가능 지역은 한강에 인접한 강서구, 양천구, 동작구, 용산구, 서초구, 강남구 등 서울지역 10개구이다. 향후 추가적인 물류 설비가 개설되면 배송 가능 지역을 넓힐 방침이다. 김예철 SSG닷컴 영업본부장은 "물류센터 '김포 3호 센터(NE.O 003)'을 추가적으로 운영하는 시기에 배송 범위를 다른 지역까지 확대할 것"이라며 "전국에 11개 정도 네오 시스템이 설치되면 5년 내로 26만건 배송을 확보해 전국 배송망 체계를 갖출 수 있다"라고 관측했다.
SSG닷컴은 '보정 센터(NE.O 001)'와 '김포 센터(NE.O 002)'를 통해 하루 4만4000여건의 배송량을 처리한다. 오는 12월 오픈하는 3호 김포 센터(NE.O 003) 운영 시에는 하루에 8만여 건의 배송 상품을 취급할 것으로 관측한다. 새벽배송은 내년 말까지 하루 2만건을 처리할 역량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새벽배송이 가능한 신선상품 구색을 기존 업체보다 2배 이상 갖출 수 있다는 점을 무기로 내세웠다. 현재 새벽배송이 가능한 상품은 밀키트, 반찬류, 유기농 식재료 등 1만여개가 준비됐다. 특히 이마트 점포 내 '메나쥬리', '크림바바' 등의 베이커리류와, 유기농 무행생제 등 프리미엄 상품을 보강해 새벽배송의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SSG닷컴의 새벽배송용 보랭가방 '알비백'과 상품이 진열된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한편, SSG닷컴은 반영구적 사용이 가능한 새벽배송용 보랭가방 ‘알비백’ 10만개를 자체 제작해 고객들에게 제공한다. 배송할 때마다 고객이 다시 사용해준다는 의미로 ‘다시 돌아온다’는 뜻의 영어 표현 ‘I’ll be back’을 차용했다. 최초 배송 시에는 무료로 제공한다. 다만 재주문 시에는 보랭가방 사용에 대한 예치금 2000원을 걸어야 한다, 반납하지 않을 경우에는 예치금이 차감된다. 보랭백을 반납하면 예치금이 반환되며 S머니 적립금까지 제공된다. 최 이사는“타 업체 대비 2배 이상 많은 신선상품, 보랭가방을 통한 친환경 배송 등 차별화 된 새벽배송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선보여 고객들에게 새로움을 선사하겠다“라고 설명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