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무역규제로 한국에 대한 경제침략을 선언한 일본이 안보문제를 이유로 들면서 정작 전략물자통제가입국이 아닌 중국과 대만 등에 화학전 재료인 불화수소 수출을 포괄적으로 허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송기호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회 위원장이 발표한 경제산업성 고시에 따르면, 일본은 중국과 대만·홍콩·싱가포르 등 4개 국가에게 반도체 핵심 소재인 불화수소와 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 등 3개 소재에 대한 포괄허가를 3년간 운용 중이다.
이에 따라 자율인증이 있는 모든 기업은 20kg 이하의 불화수소를 중국 등 4개국에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으며, 특히 북한이 2003년 영변핵시설에 필요한 일본 제품 수입을 위한 경유지로 사용한 대만은 지난해 불화수소 1395톤을 일본으로부터 수입했다.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불화수소는 독성이 매우 강한 기체로, 습기와 접촉하면 부식성과 침투성이 높은 플루오린화 수소산을 형성하기 때문에 맨눈에 노출되었을 경우 각막을 급속히 파괴해 실명을 유발할 수 있어 화학전 재료로 쓰인다.
일본이 불화수소 등 교역을 포괄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중국·대만·홍콩·싱가포르 등 4개국은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 중 '오스트레일리아 체제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다. '오스트레일리아 체제'는 생화학무기의 원료물질과 이의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장비·설비에 대한 수출통제를 통해 생화학무기 비확산에 기여하기 위한 체제로, 화학작용제와 전구체·화학무기 제조 설비·정치 등의 수출수입을 통제하고 있다. 한국은 1996년 이 체제에 가입했다.
송 전 위원장은 이날 "일본이 안보를 이유로 한국에 대해 반도체 핵심 3개 소재를 개별허가제로 변경하고 아직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오히려 전략물자통제에도 참여하지 않는 중국과 대만 등에는 3년 포괄허가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명백히 WTO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청와대는 일본이 무역규제 근거로 자국에서 한국으로 수출한 불화수소의 북한 유출 의혹을 제기하자 지난 12일 "한일 두 정부가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를 위반한 사례가 있는지 국제기구를 통해 공정하게 조사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5월9일 오전 일본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제7차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언론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