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법원은 22일 방송통신위원회와 페이스북 아일랜드 리미티드(이하 페이스북)와의 행정소송 1심에서 접속경로 변경이 이용자 제한에 해당하지 않고 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지 않은 것을 페이스북 승소 원인으로 꼽았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페이스북이 고의로 접속 경로를 변경했는지와 이에 따라 이용자들의 이익이 침해됐는지 여부다. 방통위는 접속경로 변경 이후 이용자 민원건수가 증가했고 트래픽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페이스북이 고의로 이용자가 서비스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을 만큼 피해를 유발했으니 과징금 처분은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또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이 지난해 12월 개정 전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서비스의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날 서울행정법원 제5부의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이 서비스 이용자체는 가능하나 이용이 지연되거나 불편을 초래한 경우는 이용의 제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용자 보호만을 내세워 이용제한의 내용과 방식을 포괄적으로 해석할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법원은 "원고(페이스북)는 기존의 접속경로를 완전히 차단하고 새로운 접속경로로 전부 변경한 것이 아니라 그중 일부의 접속경로만 변경했다"며 "접속경로 변경 이후에 홍콩, 미국 등을 통한 트래픽 일평균 전송량은 증가했지만 여전히 홍콩과 국내 목동 IDC를 통해 트래픽은 전송됐다"고 판단했다.
또 법원은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이 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접속 경로 변경으로 인해 인터넷 응답속도의 저하, 인터넷망의 불안정성 증가, 병목현상 등이 발생해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이 지연됐거나 이용에 불편을 초래한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접속경로 변경행위가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방통위가 이용자 이익을 현저히 해친 것에 대한 수치들도 증거로 인정받지 못했다. 패킷 손실률, 패킷 지연시간, 비트 에러율, 네트워크 처리율 등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자료여야 하지만 방통위가 제시한 접속경로 변경 전의 응답속도·응답속도 변동 평균값· 민원건수·트래픽 양 등은 상대적·주관적·가변적이라는 지적이다.
방통위가 제시한 민원건수 증가에 대해 법원은 "민원건수는 상대적, 주관적 척도이며 2016년 12월8일 원고의 접속경로 변경 이후 민원건수는 조금 증가했다가 다시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또 네트워크 응답속도 평균값 증가에 대해서는 방통위가 제시한 서울 강서지역에서 10분 단위로 측정된 응답속도 편차의 평균값은 임의의 방식으로 학계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지터값(앞뒤 패킷 사이의 지연시간 편차, 패킷이 전달되는 속도의 일관성 등을 의미)과 전혀 다른 개념인 것을 지적했다.
이에 법원은 "접속경로 변경행위는 이 사건 쟁점 조항에서 정한 이용의 제한에 해당하지 않고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날 판결에 대해 방통위는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고 페이스북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